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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교장 선생님과 민주주의, 어쩐지 어색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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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ㅣ 이희숙 서울은빛초 교장

한겨레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상호 협의를 통해 민주시민 교육 기관으로서의 학교 역할을 회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학교자치’를 강화하고 교육공동체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 권한 이양의 범위와 시기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옛날식 표현으로 ‘학교의 수장’이라 불리는 학교장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오는 22일 열리는 ‘2019 학교 민주시민 교육 국제포럼’ 세션2에서 ‘민주주의, 교문을 넘자―학교자치와 교장의 역할’ 주제 발제를 맡은 이희숙 서울은빛초등학교 교장을 만나 알아봤다.

- 민주시민교육에 ‘학교자치’란 무엇인가?

“학교자치라는 개념이 명확히 세워지진 않았다. 다만 교육자치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서 △교육행정의 자치 △교육 내용의 자치 △학교 내 민주주의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를 갖는다. 상명하달식 학교 ‘관리자’의 모습은 학교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학교자치가 잘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직원,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의 역할과 자율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겠다. 이 가운데 학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다.”

- 혁신학교 등장 뒤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렇다. 학교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혁신학교 등장 뒤 교장의 권위적 리더십이 민주적 리더십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학교장의 ‘민주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데 여러 설문이나 정책 연구를 통해 드러난 교육 주체들의 학교장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학교 울타리 안에 민주주의와 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학교장의 역할을 제안한다면?

“거듭 강조하지만 학교장의 정체성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장은 교육공동체 안에서 경영자와 교육자 사이, 관리자와 촉진자 사이, 리더와 리더 양성자 사이, 교육행정 수행자와 자율운영 책임자 사이를 오간다. 특히 ‘교장은 경영자’라는 말 속에는 학교라는 복잡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학교 경영을 강조하다 보면 투입 대비 산출, 효율, 정량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학생들의 성장보다는 계량화된 수치, 성과가 쉽게 드러나는 정책 사업에 관심이 가게 된다. 어디서 예산을 끌어와 시설을 개선했다거나,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를 서너 개씩 운영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학교장은 각종 전시성 사업과 이벤트를 통해 단기간의 ‘보여주기식’ 성과를 드러내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배움과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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