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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민들 “캐리 람도 완전히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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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중단시킨 200만 시위대, 이젠 행정장관 겨냥

중국정부 “람 장관 확고히 지지, 법에 따른 통치 계속”

‘철회 없이는 해산도 없다(不撤不散).’ ‘200만 민심’에 놀란 홍콩 정부가 공개 사과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의 완전한 철폐 선언과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을 관철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시위대 중 일부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입법회 주위에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오후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람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홍콩 정부의 사과 성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시위 참여 인원이 지난 9일 103만명의 두 배가량인 200만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전체 홍콩인(744만명)의 27%에 해당한다. 경찰은 33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송환법 완전 철회,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사과, 람 장관 사퇴, 체포자 전원 석방 등 5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송환법은 사실상 중단됐다. 람 장관이 전날 오후 8시29분 성명에서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하며 “송환법 수정을 재개할 시간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 시위대의 타깃은 람 장관으로 향하고 있다. 시위대는 우선 람 장관의 ‘진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하루 전만 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시위대의 요구에 화답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업무 부족을 내세워 사과한 점 등을 들어 민심과 유리된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것이다. 람 장관은 사태 초기부터 시위대를 ‘떼쓰는 아이’에 비유하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공분을 샀다. 시위대는 중국 중앙정부를 대변하며 ‘홍콩의 중국화’에 앞장서고 있는 람 장관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람 장관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의 버나드 챈(陳智思)은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송환법은 완전한 실패이자 확실한 판세 오판”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부처의 실책으로 시민들의 큰 불만을 산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람 장관도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대표적인 ‘친중파’인 그는 행정회의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16명의 비공직 외부인사 중 대표를 맡고 있다.

람 장관 사임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하는 수준에서 상황을 매듭지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람 장관 지지 여부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이번 사태로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힘들다. 빈과일보는 “베이징이 행정장관 ‘플랜B’ 인선 고려 중”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캐리 람의 사퇴나 대규모 개각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친중파는 성난 민심이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3년 50만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국가보안법 제정이 무산되자 당시 퉁치화(董建華) 행정장관은 재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05년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퇴임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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