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시위 '폭동'으로 규정했다가 16일 200만 시위에 '화들짝'
5명은 여전히 폭동 혐의 적용…캐리 람 행정장관 직접 사과 여부 주목
'경찰 강경진압 규탄' 하며 행진하는 홍콩 시민들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가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홍콩 치안총수가 한발 물러섰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에 따르면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폭동에 가담했다는 뜻은 아니다"며 "이들은 폭동 혐의를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송환법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로 홍콩 경무처장은 이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맹비난했고, 32명의 시위 참여자를 체포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마저 이를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이러한 분노는 16일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로 표출됐다.
16일 시위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손에 든 것은 '학생들은 폭동을 저지르지 않았다(學生沒有暴動)'는 팻말이었다.
하지만 로 경무처장은 전날 밤에도 "쇠막대기와 벽돌로 경찰을 공격한 시위 참여자는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혀 시민단체 등의 거세 비난을 받았다.
9일과 16일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단 한 명의 폭도도 없었다"면서 로 경무처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다짐했다.
홍콩 경찰은 체포한 32명의 시위 참여자 중 5명은 폭동 혐의, 10명은 폭력 혐의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날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언론과 만남에서 이를 철회할지도 주목된다.
캐리 람 장관은 200만 시위가 벌어진 16일 밤 낸 성명에서 "많은 시민을 실망하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언론과 직접 만나 사과하거나 폭동 규정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그는 전날 중·고등학교 교장 20여 명 등 교육계,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송환법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200만 시위에서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면서 친중파 진영은 '캐리 람 구하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전 입법회 의장 재스퍼 창은 "캐리 람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며 "더 뛰어나고 홍콩 시민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 캐리 람을 대신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찬 전 변호사협회장은 "캐리 람의 사퇴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쁜 행정장관이 더 나쁜 행정장관으로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 시위 때 정부청사와 입법회 주변의 시위로 인해 폐쇄됐던 홍콩 정부청사는 이날 새벽까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일주일 만에 다시 문을 열게 됐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