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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구하기' 美기업들…외면해도 팔아도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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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MS, 화웨이 노트북컴퓨터 판매 재개…구글도 안드로이드 협력지속 원해
美 반도체업계 "일부 제품 제재서 빼달라"…'큰손' 고객 놓칠라 노심초사]

머니투데이

17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에서 진행된 한 행사에서 웃고 있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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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참하는 듯했던 미국 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화웨이와 거래를 유지하고, 심지어 제재 완화를 위한 로비까지 진행하고 있다. 매년 수백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사가는 '큰손' 고객을 놓칠 수 없다는 의도를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7일(현지시간)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 노트북컴퓨터의 온라인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온라인 몰 판매를 중단한 지 20여 일 만이다. MS는 윈도우즈 운영체제(OS) 등을 사용하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16일 화웨이를 '수출통제기업'으로 지정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지만, 이미 팔린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가 지원은 문제 없다는 것이 MS 측의 설명이다. 앞서 MS는 미 상무부 결정 직후 자사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메이트북X프로' 등 화웨이 노트북컴퓨터 제품 판매를 중단했었다.

MS는 미 경제매체 CNBC에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수출관리규제 기업목록에 추가함에 따라 야기된 많은 사업적, 기술적, 규제적 복합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도 "현재 보유 중인 화웨이 제품 재고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NBC는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었던 기업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화웨이에 유화적인 미국 기업은 또 있다. 화웨이에 모바일 OS 안드로이드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구글은 여전히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오는 8월 19일까지 기존 네트워크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구글은 여기에 더해 미 정부를 상대로 화웨이에 계속해서 안드로이드 시스템 공급을 하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화웨이가 안드로이드를 쓰지 못하면 해킹에 취약해져 오히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예컨대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화웨이폰 사용자와 데이터를 교환하면 해킹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한 경영진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기존 대만 사업을 총괄하던 스탠리 첸이 중국 시장을 총괄하는 자리로 영전한 것. 첸 사장의 등판으로 지난해 12월 카림 템사마니 전 아태지역 총괄 사장의 사퇴로 어수선했던 구글을 아시아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첸 대표는 2011년 12월 구글에 합류하기 전 대만에서 애플과 인텔,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 등에서 일한 바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미 정부에 화웨이 제재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과 퀄컴 등 기존 화웨이에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를 팔던 기업들은 미 상무부에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기술에 대해서는 제재 범위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화웨이가 만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서버 등은 안보 걱정이 없는 일반적인 부품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미 기업들이 화웨이 살리기에 나선 것은 제재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들도 큰 손해를 입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해 약 11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부품을 구매할 정도의 중요한 고객이다. 실제로 미 대표 반도체 기업 퀄컴은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0%에 달하며, MS와 구글도 화웨이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의 IT 매체 더버지는 "오는 8월 화웨이의 임시 면허 만료를 앞두고 (미국 내에서)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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