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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탄소 없는 섬` 제주 프로젝트 세계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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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주도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이상적인 실험 공간이죠. 우리가 아시아 거점센터를 서귀포시에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인에게 제주가 선사하는 첫 이미지는 단연 '청정'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제주가 지금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미국 뉴욕주에서 활동하던 한 글로벌 컨설팅 전문가의 활약상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바로 2016년부터 서귀포시에 정착해 제주의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존 론책 SHG컨설팅그룹 시니어 컨설턴트(65)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난 30여 년간 존슨앤드존슨, 스카치브라이트, 포스트잇 등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정보·기획·마케팅 자문가로 활약했다. 전자, 에너지, 환경, 교통 등 폭넓은 자문 활동으로 그는 전미산업디자인협회(IDSA) 수상 등 업계 명성도 쌓았다.

제주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그에게 2016년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열렸다. 부인이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 '새 직장'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탄소 제로화 실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마침 아시아 지역의 '청정 기술(Clean tech)' 시장에 대한 관심과 자문을 확대하고 있던 SHG컨설팅그룹이 서귀포시에 첫 아시아 사무소 개소를 결정하고 그에게 신시장 개척 임무를 맡겼다. 미국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제주에 현지 컨설팅 사무소를 연 첫 사례다. 지난 3년간 제주에 체류하며 그는 '비즈니스맨'과 '제주 탄소 제로 프로젝트 전도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기술 전략 관련 국내 민·관·학 인사들을 만나 첨단 기술 동향을 소개하고 투자자 모집과 사업화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확산되면서 SHG그룹도 내부 자원을 이 분야에 집중(heavily) 투입하고 있었죠. 무엇보다 한국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뛰어난 기술 대기업과 대학이 포진해 있어 '탄소 제로 섬(Carbon Free Island)'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생태계를 가졌죠."

이 푸른 눈의 외국인이 벌이는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정보 역량'이다. 그는 사무소 개소 이후 '제주·아세안·미국 기술교환 포털(JAATEP)'을 구축하고 아세안과 북미 시장의 다양한 혁신 기술 정보를 소개하며 제주의 탄소 제로화 전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청정 기술이 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그는 가장 '핫'한 정보를 제주와 민간 기업들에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매장을 찾아 전기차(EV)를 계약한다고요? 앞으로는 홈디포 같은 매장에서 공구를 사듯 간단히 결제한 후 전기차를 끌고 나오면 됩니다."

그는 소형·경량화하는 전기차 시장 특징을 강조하며 자동차 판매·유통구조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시작된 전기차 공유 비즈니스 사업인 '탈리노 EV' 등 아세안 지역의 다양한 전기차 프로젝트를 한국에 소개하며 금융·투자사를 상대로 투자 유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는 '에너지·기후변화 포럼' 토론자로 나서 에너지 사용의 혁명적 변화상을 예측했다.

"최근 제주 뉴스 중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부족해 주민들 간 분쟁이 잦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 충전은 무선을 기반으로 주차장 바닥을 통해, 그리고 차량 간에도 충전·교환이 이뤄지는 '핸즈프리' 방식으로 바뀝니다. 그 첫 실험이 제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무선충전 시스템 기업인 '히보(Hevo)' 등의 혁신 기술 동향을 설명하며 "이런 신기술이 블록체인, 클라우드, 온라인 뱅킹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향후 전개될 이런 실험에서 제조 기업과 금융 기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제주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의 주목도와 한국의 유력 글로벌 기술 기업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의 4차 산업혁명 실험 공간"이라며 "1880년대 토머스 에디슨이 첫 전력 생산 실험을 한 뉴욕주 허드슨밸리처럼 (140여 년이 지난) 지금 제주의 탄소 제로 실험은 글로벌 산업계에 파괴적인 혁신성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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