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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으로 격화된 '반(反)화웨이 사태'로 4대 그룹에 함구령이 떨어졌다. 민감한 시기에 자칫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애꿎은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업들이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4대 그룹 계열사의 한 인사는 19일 "미·중 무역분쟁이나 반화웨이 사태는 너무 민감한 문제여서 외부에 노출되는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4대 그룹사 대부분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사태의 핵심으로 떠오른 화웨이와 관련해선 '화'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꼭 지시가 있었다기보다는 알아서 조심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몸을 사리는 것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은 우리 기업의 불안한 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미국의 선제 '관세공격'으로 본격화된 미·중 갈등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단순한 '무역전쟁'의 범위를 넘어서면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재계 한 소식통은 "당장은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부각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미·중 3국이 외교·안보·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기업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도 실익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만 해도 화웨이 제재가 불거졌던 사태 초반엔 스마트폰 부문의 반사이익이 주로 거론됐지만 최근엔 최대 효자 사업부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타격이 더 부각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이번 사태가 반도체 시장 수급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등이 화웨이에 공급해왔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시장에 저가에 풀게 될 경우 가뜩이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세계 시장 수급이 무너질 수 있다.
기업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반화웨이 사태의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 제2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다양한 경로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이 삼성을 걸고 넘어지고 미국이 현대를 골라내 공격한다면 감당할 수 있겠냐"며 "양국의 기술패권, 무역패권을 위한 장기전에서 어느 기업이든 화웨이 같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당시의 트라우마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3월부터 1년 동안 국내 기업이 입은 직·간접 피해를 8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그룹이 1년 동안 입은 피해 규모만 2조원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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