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첫 아랍어 오리지널 시리즈 <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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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고대 도시 탐방을 그린 넷플릭스의 첫 아랍어 오리지널(자체제작) 시리즈가 제작국 요르단에서 ‘외설’ 논란에 휩싸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진>이 지난 13일 공개된 이래 외설 논란을 겪고 있으며 정부까지 나서 ‘시리즈 철수’를 경고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진>은 요르단 고대 유적지 페트라로 현장수업을 떠난 고등학생들이 겪는 초자연적 사건을 다룬 5부작 스릴러물이다. 모든 출연진이 요르단인이며 중동 출신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다.
<진>은 공개 전부터 ‘중동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요르단 시청자들의 기대는 ‘충격’으로 변했다.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맥주를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며 비속어를 남발하는 장면 때문이다. 이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건 입맞춤 장면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포르노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수도 암만에 사는 케탐 알키스와니(42)는 “아이들이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의 도덕성, 사회, 종교를 부정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요르단은 국민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슬람 최고지도자들이 나서 “도덕적 타락”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파장은 커졌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소식을 반겼던 요르단 관광부는 “외설적 장면은 요르단의 원칙과 이슬람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진>의 제작을 승인한 왕립 영화위원회도 “우리는 시리즈의 내용을 승인하거나 장려하지 않는다”고 발을 뺐다. 급기야 요르단 정부는 넷플릭스 ‘접속 차단’까지 거론했다.
요르단 미디어비평가 사에드 하타르는 “더 노골적인 묘사로 가득한 미국 프로그램을 요르단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요르단 배우가 입맞추는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없다”며 “SNS에는 현대적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우리의 전통 가치와 도덕관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을 둘러싼 비판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인 다우드 쿠탑은 “요르단 시민 1% 만이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때문에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TV비평가 마이아 말라스는 “이 드라마 속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한 탐구는 요르단의 오랜 ‘자기 검열’ 유산에 반기를 들었다”고 평했다.
넷플릭스는 “<진>은 젊은 아랍인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사랑, 괴롭힘 등의 문제들을 묘사하고자 한다”며 “일부 시청자는 내용이 자극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중동과 전 세계 10대는 드라마에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삭제는 드문 일이지만 당국이 요청한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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