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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상산고 결국 탈락…자사고 죽이기 첫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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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지정 취소 후폭풍 ◆

매일경제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온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이 학부모들이 항의 차원에서 세워둔 조화로 가득 차 있다. 상산고 학부모 100여 명은 이날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색 옷을 입은 채 "전북 교육은 죽었다"며 도교육청 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집단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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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첫 대상인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전라북도교육청의 커트라인 점수(80점)를 넘기지 못해 일반고 강제 전환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을 본격화한 가운데 향후 재지정 평가를 앞둔 서울 등 다른 지역 자사고도 초비상이다. 전북교육청은 20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19일 '전라북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상산고와 군산중앙고의 심의 결과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자사고 지정 16년 만에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위기에 직면한 상산고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전북만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점을 교육부 권고안(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정한 것은 형평성·공정성에 어긋나는 부당한 일"이라며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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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교육청이 밝힌 상산고에 대한 항목별 점수를 보면 상산고는 일부 항목에서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상산고는 31개 지표 중 '학생 전출·중도 이탈 비율'(4점)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5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5점)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3점)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2점) 등 15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반면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4점) 지표에서 1.6점을,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4점) 지표에서 2.4점,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2점) 지표 역시 0.4점 등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맞추지 못했다.

특히 감사 등 지적·규정 위반 사례에 대한 벌점은 상산고의 생사를 결정지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항목은 전북교육청이 2014년과 2018년 수행한 감사 결과를 근거로 했으며 여기에서 총 5점이 깎였다. 상산고의 평가 점수가 기준 점수 80점에서 불과 0.39점 부족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막대한 수치다.

그러나 재지정 평가 지표와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되는 항목은 단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다. 학교 측에 따르면 상산고는 옛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된 자사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을 선발할 의무가 없다.

박삼옥 교장은 "전북교육청은 (그간) 상산고에 보낸 각종 공문서를 통해 매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상산고 자율에 맡겨 왔음에도 (이번) 평가 직전에 갑자기 10% 이상 선발 비율을 자의적으로 설정해 부당하게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이날 도교육청 앞에서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색 옷을 입은 채 "교육감은 우리 학교(상산고)를 살려 내라"며 집단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딜레마에 빠진 건 교육부다. 상산고는 당초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70점을 넘기기는 했으나 전북교육청이 재량에 따라 자체 설정한 점수(80점)에는 소폭 미달하면서 어디에 원칙을 둬야 할지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일단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북교육청이 2주간의 청문 절차를 완료한 이후 교육부에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경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청문 내용과 전북교육청의 결과를 토대로 동의·부동의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날 경기 지역 자사고인 안산동산고등학교도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점 70점에 미달해 지정 취소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이처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자 향후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자사고들도 "이미 교육청과의 법적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평가 대상 중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상산고 선례에 따라 무더기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고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서울시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모의운영평가 결과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13곳(서울 기준) 모두 재지정 기준 점수(70점)를 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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