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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취소 대란 ③] 정권 따라 달라지는 교육정책…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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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재지정 평가 첫날, 상산고ㆍ동산고 모두 지정 취소

- 문재인 정부 ‘자사고 폐지’ 국정과제…이명박 정부땐 ‘자사고 100개 설립’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율형사립고 폐지’가 현실화하고 있다.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첫날, 소위 진보교육감이 있는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각각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가면서 자사고 재지정이 정치적 교육이념 논리로 해석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과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까지 굵직한 교육정책이 정해질 때마다 나타났던 진보와 보수간 소모적 이념논쟁이 자사고 재지정 문제로 다시 격화되고 있다.

자사고는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살리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1979년부터 시행된 고교평준화는 고교입시를 위한 과열경쟁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고교교육의 하향 평준화의 주범이라는 논란이 거셌다. 결국 고교평준화에 대한 불신은 김대중 정부가 전주 상산고를 비롯한 6개 자사고 도입에 나섰고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자사고 지정제도로 이어졌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려은 자사고 100개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자사고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수월성 교육 측면에서 성과가 뚜렷했지만, 한편으론 학교의 입시학원화, 고교서열화, 일반고의 황폐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자사고가 원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명문대 진학을 위한 ‘특권 학교’로 치부되고,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교육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권 학교’로 불리는 자사고ㆍ외국어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처럼 자사고 정책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달라졌다. 재지정 기준점수도 원래 70점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 60점으로 낮췄고, 현 정부는 최대 80점으로 올렸다. 그러다 보니 ‘자사고 봐주기’와 ‘자사고 죽이기’라는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키는 적폐로 몰고 있지만 공교육 실패를 자사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자사고가 없어진다고 망가진 일반고가 되살아나겠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이제라도 어떻게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한 정권으로 끝나는 게 아닌 국가 백년지대계이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자사고를 대체할만한 일반고 모델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고 성과와 평판으로 인정받아야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된다”면서 “가능한 빠르게 중ㆍ장기 교육정책을 심의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속히 설립돼야 하고 이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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