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시위 이후 이민 상담업체 분주…자본 이탈 우려도 홍콩 내외에서 확산]

/사진=로이터.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홍콩 '엑소더스(대규모 이탈)'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외 이민에 대한 홍콩인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의 이민 상담업체들은 최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면서 해외로 이주하려는 상담 전화도 늘었기 때문이다.

홍콩 소재의 존후이민컨설팅의 존 후 대표는 "매일 문의전화를 100통 가까이 받는다"라면서 "시위 시작 전에 비해 3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골드맥스 이민컨설팅의 마가렛 차우 대표도 "6월 9일 (100만명 시위) 이후 이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면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질적으로)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반환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상담 건수만 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실제로 이민한 사례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캐나다는 지난해 전년대비 10% 증가한 홍콩 시민 1500여명의 영주권을 새로 승인했다. 2015년에는 895명에 불과했지만 3년 사이 1.6배 가까이 올랐다. 이민을 위해 홍콩 정부에 신분 입증 서류를 요청하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신청자 수가 전년대비 4% 오르면서 3년 내내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담업체는 호황이다. 후 대표는 "정치적 압력에 시민들이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우산혁명 이후 5년 간 상담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매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맥스 측도 2012년부터 매년 20~3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산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중국이 홍콩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면서 이민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2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면서 엑소더스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최근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한 헨리 라우 기자는 "(중국에 반발하는) 이번 시위는 사실 예측할 수 있었다"면서 "홍콩의 교육 제도가 점점 중국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나는 홍콩을 사랑하지만 내 자녀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에 이어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가디언은 국제 금융·무역중심지로 기능했던 홍콩의 위상이 약화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홍콩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입김에 의해 법과 정책이 임의로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안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홍콩의 부동산업체인 골든 파이낸셜홀딩스는 신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최근 보류했다. FT도 중국 정부의 감시를 피해 홍콩에 재산을 은닉했던 본토의 자산가들도 최근 싱가포르, 호주 등으로 이를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벤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전 대표는 "개인이 안전하지 않으면 그의 자산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 내 자산의 상당 부분은 그 출처가 불분명하다"면서 "송환법은 (홍콩에 자산을 둔 중국 본토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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