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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中, 화웨이·애플 때리자…한·일·대만 부품사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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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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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구성 부품 중 절반 정도가 한·미·일 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아이폰은 한·미·일 기업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전체 중 8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자체 분석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글로벌 경제가 1조달러 넘는 피해를 입게 되고, 국가별로는 미·중 외에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등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있는 정보기술(IT) 조사 회사 '포말하우트 테크노솔루션스'가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P30 프로'를 분해한 결과 부품 의존도는 금액 기준으로 일본 기업 23%, 미국 기업 16.3%였으며 한국 기업은 7.7%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웨이와 애플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 기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 스마트폰 부품에 대한 국가·지역별 의존도가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특성상 전체 부품 중 38.1%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지만 한·미·일 기업의 부품 점유율을 모두 더하면 47%로 절반에 육박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표면에 붙이는 유리인 '커버 윈도' 등 고부가가치 부품은 미국 기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 아이폰 XS 맥스는 한·미·일 기업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 기업이 각각 32.9%, 30.7%로 30%를 넘었다. 일본 기업은 13.5%를 차지해 아이폰 전체 부품 중 77.1%가 한·미·일 기업에서 공급되고 있었다. 대만 기업은 2.1%, 중국 기업은 1%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 한·미·일 공급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29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250억달러 규모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한·미·일 기업이 받을 피해가 한층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화웨이를 공격한 것처럼 중국이 맞대응 카드를 꺼내 애플을 정조준하면 관련 기업들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가 관세 폭탄이 터지면 집중 피해를 입을 품목은 중국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노트북PC, 게임기, 모니터 등이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17~25일 개최한 추가 관세 공청회에 미국 기업 대표 3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제품 제조 업체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들은 "중국 외 다른 곳에서 새 수입처를 찾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새로운 거래처에서 (부품 등을) 조달할 수 없는지 재차 확인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애플도 서한을 통해 "추가 관세는 애플의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며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치로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미국이 화웨이 제품에 대해 사실상 금수 조치를 발동하면서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세계 판매 대수가 20%(약 4000만대) 감소할 전망이다. 향후 2년간 화웨이 매출은 300억달러(약 34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이 국방수권법으로 제재를 결정한 화웨이 등 중국 5개사의 생산이 막히면서 미국·일본·유럽의 매출을 잃게 되면 한·미·일과 대만의 주요 산업 생산이 9000억엔(약 9조6000억원)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공급 업체는 미·중 간 패권전쟁의 격랑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주요 공급 업체에 중국 내 생산시설 중 최대 30%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을 대신할 생산공장 후보지로 멕시코,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작년 기준 전 세계 약 30개국 800여 곳에서 아이폰 등에 필요한 부품 수천 개를 공급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때리기로 대표되는 미·중 갈등에 글로벌 공급 업체가 수십 년간 경쟁·협력하며 구축해온 글로벌 부품 공급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9일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이 실패해 양국이 모든 상호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까지 1조2000억달러(약 1388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별로는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노출도가 커 상대적으로 심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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