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서밋’보다 무게감 낮은 ‘1대1 미팅’ 용어 사용해 차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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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회동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 남북미가 의견을 모은 적이 없을 정도다. 하루가 지난 1일 북한은 회동을 ‘회담’이라 불렀고, 미국은 ‘미팅(Meeting)’이라고만 명명했다. 회동 중재자인 우리 정부는 ‘만남’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썼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총 53분 간 회동했다. 비공개 회동 시간이 그 중 48분에 달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정상 간 비공개 회동은 사실상 회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다수 의견이다. 판문점 회동을 ‘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 불러도 그다지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 쇼크’를 만회하려는 듯, 판문점 회동을 ‘회담’이라고 불러 무게를 실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관영 매체들은 1일 “조미(북미) 최고 수뇌(정상)분들의 단독 환담과 회담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5분간 나눈 공개 대화는 ‘환담’으로, 이어진 48분간의 비공개 대화는 ‘회담’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영문판도 두 정상의 공개 대화는 ‘One-on-one chat’으로, 비공개 대화는 사전적으로 회담이라는 의미를 지닌 ‘Talks’로 번역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만남을 3차 정상회담으로 규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미 국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리에서의 두 정상간 대화록을 올리면서 ‘일대일 미팅(1:1 Meeting)’이라는 용어를 썼다. 정상회담을 ‘미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통용되는 ‘서밋(Summit)’보다는 무게감이 낮은 표현으로 통한다. 추가로 이어진 비공개 만남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도 ‘비공개 회담’(Private talksㆍ워싱턴포스트) ‘비공개 대화’(Private conversationㆍ뉴욕타임스) ‘즉흥적 정상회담’(Spontaneous summitㆍ월스트리트저널) 등 각기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혼선은 파격과 돌출을 좋아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에서 빚어졌다. 판문점 회동은 의제 조율ㆍ의전 준비ㆍ공동성명 채택이 일절 생략되는 등 준비 과정만 보면 통상적 정상회담과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두 정상의 ‘독특한 케미스트리’로 인해 회담급 성과가 나오면서 정의가 어려워진 것이다. 한 현직 외교관은 “판문점 회동을 뭐라고 부를 것인지는 당사국의 선택일 뿐, 정답은 없다”며 “관계국 의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남북이 ‘2차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 한 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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