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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대학의 지식 전달 역할은 끝… 사회로 뛰어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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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미래를 말한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

"우리나라에 글로벌 기업은 많은데, 대학은 한참 못 따라갑니다. 토론 나와서 '4차 산업혁명 대비하자'고 말은 쉽지요. 이젠 교육 내용과 방법 모두 현장 중심으로 확 바꾸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김우승(62) 한양대 총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QS가 발표한 '2019 세계 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들의 '졸업생 평판도' 지표 순위가 줄줄이 떨어진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졸업생 평판도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채용하고 싶은 대학이 어딘가'라고 물어 순위를 매긴다. 이 순위가 떨어진 건 한국 대학 졸업생들이 갈수록 기업에서 직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지난 2월 취임한 한양대 김우승 총장이 총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제 지식 전달이란 대학의 소명은 끝났고, 철저히 경험을 학습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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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교육도 연구도 사회와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모든 대학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총장은 기계공학 전공으로 에리카캠퍼스(경기 안산)에서 산학협력처장 등을 맡으면서 이 캠퍼스를 '산학 협력의 성공 사례'로 키웠다. 에리카캠퍼스 안에는 200여개 기업과 국책 연구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그가 개발한 '산업 연계 문제 기반 프로젝트 수업(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은 사회 수요를 반영한 대표적 혁신 수업 방식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기업이나 지역사회가 의뢰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예컨대 디즈니코리아가 "'가디언즈 갤럭시' 영화의 효과적인 국내 홍보 방식을 알려 달라"고 하면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이 이에 대한 리포트를 쓰고, 디즈니코리아로부터 평가받는 식이다. 김 총장은 "이제 지식을 전달하는 대학의 소명은 끝났고, 경험 학습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현재 120여개 IC-PBL 강의를 앞으로 더욱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내년에 '코티칭(co-teaching)' 수업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코티칭은 서로 다른 전공의 교수 2명이 함께 하는 수업이다. 예컨대 '재료의 역사'라는 수업에 재료학 교수와 역사학 교수가 함께 들어간다. 컵, 고무줄 등 여러 물건을 가져다 놓고 학생들과 '인류가 이 물건들을 언제부터, 왜 만들어 쓰게 됐는지' '당시 역사적 배경이 뭔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을 토론하며 가르치는 것이다. 김 총장은 미국에서 공학 교육 혁신을 이끌고 있는 올린공대가 이런 식으로 수업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김 총장은 "코티칭으로 배우면 실제 사회에 나갔을 때 맞닥뜨리는 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기업 멤버십 연구센터인 IUCC도 만들 계획이다. 피트니스센터 회원들이 멤버십 회비를 내고 등급별 서비스를 즐기듯 기업이 멤버십 비용을 내고 등급에 따라 차등되는 기술 자문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연구센터를 4~5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런 연구센터들이 활성화되면 국내 대학들이 등록금 11년 동결 등으로 겪고 있는 재정난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이제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축구 구단이 손흥민 선수를 데려갈 때 이적료를 내듯 대학이 키워낸 인재를 데려가는 기업도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갖고 기여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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