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기운에 취한 前남편, 저항 불능 상태…흉기 휘둘러"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에 구속 중이던 고유정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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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전 남편 강모(36)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5)이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범행 당시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키 180㎝, 몸무게 80㎏의 체구를 지닌 고유정의 전 남편이 키 160㎝, 체중 50㎏에 불과한 고유정에게 제압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유정이 자신이 만든 카레라이스에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넣었던 탓이었다.
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검찰은 고유정이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자신이 준비한 카레라이스에 희석해 피해자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사건은 강 씨가 살해된 지난 5월 25일 오후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 5세 아들과 만난 강 씨는 오후 7시께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아들, 고유정과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고유정이 만든 카레라이스였다. 고유정은 직접 세 명이 먹을 카레라이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이때 고유정이 강 씨의 음식이나 음료에 수면 효과가 강한 졸피뎀을 넣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 182㎝, 몸무게 80㎏의 강 씨가 키 160㎝, 몸무게 50㎏의 고유정에게 제압된 것도 졸피뎀 성분 탓으로 보인다. 이 졸피뎀은 고유정이 지난 5월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인근 약국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제 처방에 대해 고유정은 경찰에 "감기 등 증세가 있어 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약을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약의 용처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같은 날 오후 8시~9시16분 사이에 강 씨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행 당시 아들은 펜션의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후 9시16분께 강 씨는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던 강 씨 통화 내역에 따라 범행 시각을 추정했다.
고유정은 아들이 게임을 위해 다른 방으로 갔을 때 범행을 본격 개시했다. 졸려워하는 전 남편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 씨는 졸피뎀 탓에 저항할 수 없었던 상태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의 혈흔을 보면 강 씨가 반항한 흔적은 남았다"면서도 반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같은 날 오후 해당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 동기, 시신 유기 장소 등에 대해 함구한 탓에 수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보강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강 씨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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