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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생김새 다르다는 고민이 나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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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리크 오 佛 디지털부 장관… 마크롱의 'IT브레인' 한국계 2세

"이곳이 4년 전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부 장관 시절 쓰던 집무실입니다. 마크롱과 저를 포함해 모두 5명이 (현재 프랑스 집권당인) 앙마르슈를 창당하기로 결의했던 장소도 바로 이곳입니다."

조선일보

파리 12구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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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2세인 세드리크 오(37·한국명 오영택)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파리 12구의 집무실을 찾은 기자를 환한 미소로 맞았다. 세드리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IT와 스타트업 등 신(新)산업 정책을 이끄는 국무위원이다. 마크롱의 'IT 브레인'이자 최측근으로 꼽힌다. 집무실 한편에는 "처음부터 내 곁에 있어줬고,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할 세드리크, 고맙다"라고 마크롱이 자필로 쓴 메모와 두 사람의 엘리제궁 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세드리크는 1970년대 후반 유학생으로 프랑스에 온 오영석(71)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부 도시 리옹에서 자랐다. 경영학 분야 명문 그랑제콜 HEC를 나온 세드리크는 피에르 모스코비치 전 경제부 장관의 보좌관(2010~2014)을 거쳐 프랑스 제2의 방산업체 샤프란에서 근무하다 4년 전 마크롱을 만났다. 2017년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서 자금 총책을 맡았고, 지난 3월 말 디지털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2년은 엘리제궁에서 디지털 분야 대통령 보좌관을 지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와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사장) 등 세계 IT 업계 거물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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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2세인 오 장관이 어린 시절 여동생 델핀 오와 함께 한복을 입은 모습. /오영석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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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리크는 '어떻게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워질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마크롱은) 말수가 적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근면하고 성실한 나의 한국인으로서의 특성이 강점을 발휘한다"고 답했다. 그는 일요일 오후에 출근해 한 주를 시작한다. 엘리제궁 보좌관 시절에는 매일 새벽 1시까지, 지금도 매일 저녁 9시까지 일하고 퇴근한다.

세드리크는 어린 시절 혼혈 소년으로서 정체성 고민을 겪었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과 생김새가 달랐죠. 하지만 그런 고민이 저를 내면이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극복해냈고 보시다시피 (장관이라는) 큰 기회도 얻었습니다. 요즘엔 한국을 모르는 프랑스인이 없다는 것도 제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세드리크는 시력이 나빠 포기했지만 군인이 되고 싶어 했다. 외증조부가 샤를 드골 장군과 프랑스 육사 동기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로부터 이순신·계백 장군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집무실 책상 앞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군의 무공을 담은 책이 놓여 있었다. 축구광인 세드리크는 고등학생 시절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예선 3경기 중 2경기를 직접 관람했다고 한다.

아내 베랑제르 오(34)는 HEC 후배이고 프랑스인이지만 처음 만난 곳이 서울이다. 세드리크가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2007년 연세대 교환학생이던 베랑제르를 만났다. 세드리크는 "아내는 보통의 한국 사람보다 매운 한국 음식을 더 잘 먹는다"며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닭갈비"라고 했다. 베랑제르는 파리 13구의 대형 식당 '라 펠리시타'의 총괄 지배인이다. 세드리크는 서울에 있는 아버지, 아내 베랑제르, 프랑스 하원 의원을 지낸 여동생 델핀(34·한국명 오수련)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화한다. 세드리크는 "한국이 어떻게 IT 강국이 됐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며 "장관을 마치면 민간으로 돌아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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