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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현직 고법 부장판사 "양승태 코트, 강제징용 외교적 해결 위해 시간 벌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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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부장판사, 자신의 블로그에 글 올려
"판결 틀렸다, 옳았다 따지는 것 별무소용"
"감정적 민족주의만으로는 국익 지킬 수없어"

조선일보

우리 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놓고 일본이 통상 보복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외교적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도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민구(61·사법연수원 14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일본의 통상보복'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양승태 코트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며 "(이는) 대표적 사법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전직) 대법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일본은 통상적인 방법인 외교적 항의가 먹혀들지 않자 양아치 수법이나 비슷한, 그 보복 효과는 극대화되는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을 곤란하게 하는 등 통상보복 방법 카드까지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판결이 틀렸다, 옳았느냐는 지금 따져도 버스가 떠난 뒤라 별무소용이고, 앞으로 우리 정부는 어떻게, 지혜롭게 이 사태를 풀어야 될지는 이미 많은 관련 학자들이 대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삼권분립상 사법부 판단을 한국정부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는 대응 방식은 대외적 외교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감정적 민족주의 주장은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현실 국제 외교관계에서는 그런 주장만으로 국익을 지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보복 정당성은 전혀 인정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이 거의 없는 현시점에서 나라를 이끄는 리더들이 부디 지혜로운 정책 결정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속히 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 잘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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