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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전치 1주' 전동킥보드 사고, 무면허·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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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상 車… 면허 있어야 교통사고와 같은 기준 따라 처벌

김모(20)씨는 작년 11월 경기도 안산의 한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걸어가던 남모(52)씨를 받아 전치 1주 부상을 입혔다. 김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72%로 차를 몰았다면 면허가 취소되는 수준이었다. 김씨는 이 사고를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한다. 킥보드로 자전거도로를 달리다가 난 사고여서 승용차로 일반 도로에서 난 '진짜 사고'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은 '진짜 사고'와 차이가 없었다. 그에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상 혐의까지 더해졌다. 음주·무면허 운전 사고를 냈을 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죄명들이 다 들어간 것이다. 1심은 그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전동기가 달린 전동킥보드는 법률상 엄연한 차(車)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차도(車道)로만 다녀야 하고, 자전거전용도로·인도로 달리는 건 불법이다. 면허도 있어야 한다. 전동기의 출력이 590W 이상이면 자동차 면허가, 그 미만이면 오토바이 면허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동킥보드를 살 때 차를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전 면허가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한 '이동 도구'를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병언 변호사는 "전동킥보드를 성인용 장난감처럼 타고 다니다 교통사고를 내고는 생각보다 무거운 처벌 수위에 당황하는 의뢰인이 많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는 2017년 한 해에만 7만 5000여대가 팔렸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시간제로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공유 서비스까지 출시되고 있다. 관련 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고 건수만 작년 기준 233건으로 2015년에 비해 16배로 늘었다.

인천에 사는 김모(33)씨는 작년 8월 새벽, 경찰의 음주 측정을 3번 연속 거부했다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킥보드를 탔을 뿐이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동기가 없는, 발로 미는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전동기 없는 킥보드는 차가 아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들끼리 부딪힌 것으로 보고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따지게 된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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