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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곧 시행되는데…한국 직장인 갑질 감수성 평균 D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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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명 대상 ‘직장갑질 감수성’ 조사

평균 68.4점, D등급…‘갑질 위험’ 수준

“직장 내 공고한 집단주의 문화가 갑질 감수성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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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 직장인들의 ‘직장갑질 감수성’은 여전히 둔감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데, 직장 내 관련 교육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법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 동안(6월27일~7월1일) 실시한 ‘직장 갑질 실태 및 직장 갑질 감수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의 직장갑질 감수성 수준은 평균 68.4점으로 직장갑질119 자체 기준으로 D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91~100점을 A등급, 60점 이하를 F등급으로 규정하는 등 점수에 따라 각각 A·B·C·D·F 5단계 등급을 매기고 있다. D등급(61~70점)은 ‘갑질 위험 직장인’ 등급으로 직장갑질119는 이 등급이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과 인권교육을 권해드립니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낮은 직장갑질 감수성은 직장 내 공고한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했다. 응답 점수가 D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문항에는 △휴일 체육대회(69.5점) △휴일·명절 근무(69점) △업무시간 외 SNS 지시(67.2점) △회식(67점) △연차 등 법정휴가 사용 제한(64.5점) 등이 포함됐다. 특히 갑질 감수성이 가장 낮은 5개 항목으로는 △불시 퇴사 시 책임 -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43.7점) △능력 부족 권고사직 - 일을 못 하는 직원에게는 권고사직은 필요하다(45.5점) △시간 외 근무 - 맡겨진 일은 시간 외 근무를 해서라도 끝내야 한다(48.2점) △부당한 지시 - 회사 대표나 상사가 시킨 일은 불합리하게 느껴져도 일단 해야 한다(52.5점) △채용공고 과장 - 채용공고는 어느 정도 과장할 수도 있다(54.5점) 순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개인보다는 ‘일’ ‘직장’ ‘능력’을 강조하는 문화가 직장인 전반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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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감수성은 세대별·성별로도 차이가 났다. 20대(69.35점)와 50대 이상(66.25점)의 평균 점수의 차이는 3.10점이었는데, △휴일 단합대회 △회식 △회식 시 직원들의 공연 필요 등의 문항에선 50대가 20대보다 10점 이상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성희롱이나 직장 괴롭힘으로 오해 받을까봐 부하 직원에게 말을 붙이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항목의 감수성 점수는 20대가 66.78점인데 견줘 50대는 49.85점으로, 16.93점이나 차이가 났다. 직장갑질119는 이를 회식이나 업무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기피하는 이른바 ‘펜스룰’ 현상이 일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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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70.99점)과 남성(66.41점)의 감수성 차이는 4.58점으로, 특히 △후배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 △회식 필요 △임신·육아 때문에 여성과 일하기 꺼려진다 등의 문항에서 10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성별 감수성 차이에 대해 경영학 박사 장희은씨는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주로 낮은 직급에서 일을 해 갑질의 피해를 많이 경험했으며 직장 문화가 대개 남성 중심의 문화여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여성의 직장갑질 감수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낮은 감수성은 직장 갑질 피해자들을 더 숨게 만들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들의 10명 중 3명 이상(32.3%)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에 대한 물음에도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응답이 65%로 가장 높은 데 견줘, 적극적인 대응에 속하는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 비율은 16.6%에 불과했다. 참거나 모르는 척 한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6.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29.0%로 나타났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설문조사 문항 30개 중 노동관계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문항이 11개였는데 이 가운데 90점 이상(A등급)인 응답이 1개도 없었다”며 “직장인들이 당연히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도 관행적으로 침해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홍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직장인 1천명 가운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 시행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의 비율(21.1%)도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사회적으로 직장 갑질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3분의 2가 법 시행을 모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처벌 조항(‘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원)을 홍보하고 활용한다면 직장인들이 용기를 내 신고할 수 있게 되고, 괴롭힘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등급 평가는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테스트 페이지’(test-gabjil.com)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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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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