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대상 60%가 기준점 70점 미달한 셈…"최고점은 80점대"
7곳 2014년 이어 또 '탈락'…자사고 측 "행정소송·공익감사 청구"
자사고 지정 취소 배재고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가운데 8곳이 교육청 운영성과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인 70점을 밑도는 점수를 받아 지정취소가 결정됐다.
올해 평가대상 13개교 가운데 60% 이상이 고배를 마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앙고 등 8개교는 운영평가 결과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학교별 점수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점수가 알려지면 학교 간 서열이 생길 수 있다는 자사고 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평가대상 학교들 점수가 대부분 60~70점 사이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면서 "최고점은 80점대"라고 설명했다.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학교는 재지정 기준점에서 10점 이상 떨어지는 6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장 아쉽게 기준점을 넘지 못한 학교의 점수는 67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중 한대부고를 뺀 나머지 7개교는 2014년 평가 때도 재지정 기준점을 못 받아 지정취소 절차가 진행된 바 있다.
이 학교들 가운데 경희·배재·세화·중앙·이대부고는 당시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이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숭문고와 신일고는 2016년 재평가에서 재지정받았다.
교육청은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들의 의견을 듣는 청문을 이달 22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뒤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픽] 2019년 자사고 평가 결과(종합) |
교육계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국정과제인 만큼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정취소가 확정돼 자사고 지위를 잃으면 당장 내년부터 일반고로서 신입생을 배정받는다. 다만 현재 재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받는 등 기존과 다름없이 학교에 다니게 된다.
교육청은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가 학교특색을 살린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별도의 재정도 지원하기로 했다. 재지정된 자사고들도 운영평가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운영평가가 경쟁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계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곧 관련 내용을 담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취소 결정 내려진 세화고 |
이번 운영평가가 '자사고 죽이기'를 목표로 한 부당한 평가라고 주장해온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이날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평가과정 전반을 공개하라는 취지로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도 청구할 예정이다.
김철경 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평가결과 발표 후 우리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면서 "구체적인 평가결과가 통보되면 면밀히 살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학교 측 대응에 가세할 전망이다. 앞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한 학교라도 지정취소가 결정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공동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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