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중 무역협상 '휴전' 조건에 대한 이행을 촉구하고, 중국은 강경파 인사를 협상팀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후속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중국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중국은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우리 위대한 농부들로부터 농산물을 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조만간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중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에 대해 "우리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들은 우리 농가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며 "중국은 엄청난 양의 농산품을 구매할 것이고, 이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팜벨트(farm belt·농업지대)'를 겨냥해 회담 성과를 강조한 것인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이행 조치가 없어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 농산물 대량 구매 약속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를 요구했지만 시 주석은 그 자리에서 확답하지 않았다"며 "시 주석의 이 같은 태도는 중국이 향후 협상에서 미국 방침에 따라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산 상무부장(사진)이 중국 측 무역협상단 전면에 등장한 것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지난 9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류허 중국 부총리, 중 부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면 협상 일정 등을 논의했다.
그동안 중국의 대미 협상은 류 부총리와 차관급인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이 맡고 있었고, 장관급인 중 부장은 지난 1년간 미국 워싱턴DC와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진행된 수차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다.
중국 당국이 중 부장을 등판시킨 이유에 대해 SCMP는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에서 정치적으로 더 노련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중 부장은 미국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당국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장성 출신인 중 부장은 시 주석이 2003년 저장성 당서기로 재직할 당시 저장성 부성장을 맡아 시 주석의 저장성 인맥으로 통한다. 또 그는 당 노선을 엄격히 따르는 강경 보수적 색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약속을 합의문에 명기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중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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