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 24곳 중 13곳(서울 동성·중동·한가람·하나고·이화여고, 인천포스코고, 충남 북일고, 전남 광양제철고, 강원 민족사관고, 경북 포항제철고·김천고, 대구 계성고, 울산 현대청운고)은 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인 70점을 넘어서면서 향후 5년간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와 달리 교육청으로부터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자사고 11곳은 교육부의 최종 판정과 학교별 대책 등에 따라 당분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교육계 일선 현장에선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자사고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교육당국 계획과는 달리 학부모들 사이에선 '생존한 자사고=검증된 학교'라는 인식하에 대입에 유리한 학교를 찾아 줄서기를 하는 등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A씨는 "내신을 생각하면 일반고가 유리할 것 같지만, 막상 주변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딸아이를 보면 면학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어느 정도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평준화지역·비강남권 학부모들이 고려할 수 있는 학교는 자사고로, 이번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가 유독 눈에 띄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입 성적이 좋은 일반고나 자사고가 아예 전무한 지역에선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에 관심을 다시 갖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컨설팅 전문가는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면서 불안한 학부모들 입장에선 대입 실적이 우수한 학교 등 더욱더 검증된 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에 더욱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엔 전통적으로 수능에 강하다고 평가받는 자사고들이 최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일반고보다 더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한몫했다.
한편 전북 군산중앙고와 익산 남성고, 대구 경일여고 등 3곳은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학생 충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최근 관할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상태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