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법 개정, 공론화 제안
일반고 전환 땐 20억 지원키로
교육계 “일반고 학력 대책 없이
자사고 죽이기에만 몰두하나”
조 교육감은 17일 일반고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사고·외고의 설립 근거를 담고 있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해당 학교를 일괄 폐지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또 “법 개정이 어렵다면 국가교육회의에 국민 공론화 의제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5년마다 평가해 탈락시키지 말고 법을 개정해 아예 한꺼번에 일반고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3에는 자사고 설립과 교육청의 평가에 따른 자사고 지위 취소, 교육부의 동의 절차 등이 담겨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 자사고 13곳을 평가해 8곳을 탈락시키고 하나고를 포함한 5개 학교는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조 교육감은 “평가에 통과한 일부 자사고에 오히려 권위를 부여해준 꼴이 됐다”면서 “살아남은 자사고로 더 많은 학생·학부모가 몰리면서 고교 서열화가 더 공고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 주장에 교육부도 상응하는 모양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조 교육감 제안을 포함해서 내년에 고교 체제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사회적 합의의 구체적 방법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높은 등록금을 받으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해왔다”는 점을 폐지 근거로 든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이 성적이나 가정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학교 안에서 각자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은 “현실성 없는 이상(理想)이자, 자사고 폐지를 선동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 지원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총 20억원을 지원한다. 10억원은 서울시교육청이 5년간, 10억원은 교육부가 3년간 나눠 지급한다. 학교 시설 개선과 교육과정 운영비로 사용된다.
이 학교들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교과 중점학교’로 우선 지정된다. 교과 중점학교는 연간 2500만원씩 4년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는 2000만원씩 3년간 지원받는다.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 이와 별개로 서울의 모든 일반고처럼 매년 8000만~1억원을 지원한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이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지원 외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는 ‘일반고 학력 저하’를 가장 우려하는데, 학력 신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교육과정 다양화’라는 모호한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지적했다 .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외고 존폐를 국민 공론화로 결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슈를 교육·행정 전문가가 해결하지 않고 여론에 떠넘기게 되면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조 교육감의 제안은 다소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수·전민희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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