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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은 더 이상 금리인하가 희망을 못 주는 나라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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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이주열 총재의 코멘트 이후 연내 추가인하 기대감이 강화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금리 인하의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년엔 기준금리가 사상최저인 1%로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기는 제대로 반등하기 어려워 한은이 금리를 또 내릴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일단 4분기(10월, 11월) 중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1.25%)으로 낮아질 것이란 인식이 증폭된 상태다.

■ 추가 인하 기대감 열어 두지만..이 총재도 인정한 제한적 효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발언도 내놓아 이전의 금리결정회의에서 보였던 매파적 면모에서 탈피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금리인하로 정책여력은 축소됐으나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한 것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여력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책여력이 줄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한은의 정책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발언의 무게 중심이 '여력을 갖고 있다'에 맞춰졌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전일 금리인하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과거에 비해 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효과 제한적이란 데 동의

시장에서도 이런 점엔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큰 의구심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인하의 실물경제 부양 효과는 거의 없으며 정부의 부절적한 국내외 상황 대응은 제1의 경기 하방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인하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는 1%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하 효과가 있으려면 자금의 초과수요가 있는 가운데 돈 빌리는 값을 낮추고 투자와 대출을 독려해 인플레 기대심리는 높여야 하지만, 한국은 이런 과정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부진 역시 돈 값이 비싸기 때문(금리가 높기 때문)도 아니고, 가계대출은 오히려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막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금리인하는 돈을 빌리라는 신호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이런 구조가 작동하기 쉽지 않다.

노동가치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부동산 투기를 통해 무주택자들을 위협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가 돼 버렸다는 한탄도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의문시 되기 때문에 한은은 더 금리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80~90년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일본이 몰락한 그 길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경기에 도움 안되고 서울 아파트만 다시 띄울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 일드 커브 서는 데 한계 보이는 국내시장

미국에선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해지면서 커브가 완연히 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간밤 미국에서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자 미국채2년물 금리는 7.37bp 하락한 1.7477%를 기록한 반면 국채30년물은 0.75bp 오른 2.5645%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일 국내에선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장기금리가 많이 빠졌다.

금리인하 기대감의 정도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강력한 비관론 등도 한몫을 하고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추가 인하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 8월말까지는 커브 플랫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단기는 역캐리가 심해서 자금을 많이 쓰면 중기전을 치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장기금리가 많이 빠진 것은 캐피탈 게인을 최대화하려는 몸부림들이었다. 예전엔 정책금리 밑으로 장기금리가 못 내려갔지만, 지금은 걸어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한국에선)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와 인플레이션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 장기금리가 오를 수 있지만, 한국은 한계가 있다는 인식들이 적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장기 국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면서 "10년 이하 구간에서는 극단적인 커브 플래트닝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질 체력이 돼 가는 한국경제

한 경제가 가진 체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가늠자인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한은은 몇년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추정했지만, 이제는 2%대 중반수준으로 평가를 낮췄다. 한국경제의 성장 기세는 상당히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2020년 기간 중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노동 투입에 대한 기여도 하락을 반영해 2017년에 발표했던 수치보다 0.1%p 하향 조정된 2.7~2.8%로 제시했다"면서 "2019~2020년은 2.5~2.6%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올해(2.2%)와 내년(2.5%) 성장 경로가 잠재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며 "이 총재는 금번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 발표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언급했으나 간접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명분을 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앞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젊은층이 소멸해 가는 한국의 인구구조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전세계적인 저성장과 저물가는 현대 통화정책의 새로운 도전과제지만, 현재 세계경제에선 인구고령화 등으로 실질이자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출산 기피와 수명 연장으로 향후 인구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국경제는 생산가능인구 급감이 예상된다. 2020년부터 감소폭이 23만명대로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2030년대까지 60만명대 초반으로 감소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향후 한국경제는 성장둔화 심화와 함께 기준금리 중립수준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도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의 0%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까지 국고채 3년 수익률은 1.00% 수준을 목표로 하는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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