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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톡톡에듀]프리랜서로 3억대 연봉, 이 남자가 사는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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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일 봐주며 월 2500만~3000만소득

정규직 보다 능력있는 프리랜서가 유망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해 같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시대는 과거가 될 겁니다. 정규직보다는 능력 있는 프리랜서가 더 유망한 시대가 될 겁니다.”

6곳의 회사에 다니며 월 2500만~3000만원을 번다는 박준석 씨는 자신의 삶이 미래 직업인의 모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의 소득은 연봉으로 따지면 3억 원대다.

박준석 씨의 일주일은 대략 이렇다. 월요일은 반려견과 함께 집 앞 카페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점검한다. 화요일은 혁오, 강산애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의 재무 이슈를 체크한다. 수요일엔 온라인 협업 툴 스타트업인 비 캔버스의 마케팅 세일즈 관련 업무를 한다. 목요일엔 모바일 카메라애플리케이션 레트리카의 글로벌 전략 회의를 진행하고 금요일엔 지역 기반콘텐츠 창작 기업 어반플레이의 비즈니스를 점검한다. 이 밖에 그가 일하고 있는 기업은 두 곳 더 있다. 온종일 책을 읽는 날도 있고 야외 수영장에서 업무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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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의 회사를 다니며 1인 다직업을 경험하고 있는 박준석 씨.[박준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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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기계과 출신의 박준석 씨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제품생산에 참여했고 이후 인사, 재무를 거치며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며 자연스레 영어 회화 실력도 늘렸다. 그는 “출발은 늦었지만 내 사업을 하려면 여러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공장을 다니며 모은 종잣돈으로 창업했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메모리 스틱을 결합한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유통 과정에 문제가 생겨 크게 손해를 봤다. 이후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회사를 창업해 재기 발판을 다졌고, 방문 세차 서비스 앱을 만든 뒤 매각해 재기에 성공했다.

회사를 매각하고 잠시 쉬던 그에게 친분이 있는 벤처 기업 대표들이 잠깐씩 도와달라고 했다. 그는 투자 유치 과정을 돕는 과정에서 해당 회사의 내부 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고 "성공과 실패의 자산을 분야별로 쪼개 판매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돈을 받지 않고 시간 내어 돕던 일들이 지금은 그의 직업이 됐다.

박준석씨를 만나 그가 말하는 1인 다직업 사회에 대해 들어봤다.

Q :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20%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며 ‘직업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오히려 "1인 다직업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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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씨는 "동료애를 느낄 수 없어 찾아오는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소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박준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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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경제(프로젝트에 따라 임시직을 고용하는 경제 흐름)를 주목해야 한다. 프리랜서들의 전문성과 업무 효율은 매우 높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마케팅 부분의 경우엔 브랜드 매니저와 디자이너 1명이 모든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나머진 외부 프리랜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통찰하는 업무를 이들이 해내고 있다. 직업의 종말에 앞서 경쟁력 없는 정규직의 종말 시대가 더 정확한 말 아닐까 싶다.

Q : 프리랜서 확대로 전통적인 사무 공간도 변할 텐데.



우선 사무실을 유지하는데 너무 큰 비용이 든다. 다들 좋은 위치,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이 비용이 적합한지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나열하지 않더라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과 일들이 많다.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5G가 디지털 오피스를 가속하면 도심 속 오피스 생태계도 변할 것이다. 대면 업무가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현재도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업무가 많다. 사무실, 사무 공간은 이에 맞춰 변할 것 같다. 현재는 위워크와 같은 공유오피스가 주목을 받지만 확실한 대안이나 미래의 사무실 모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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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대표는 "미래 직업은 미래 사무 환경을 좀더 넓고 간편하게 만들 것이다.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박준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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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공유오피스가 사무 환경 개선에 기여한 건 사실 아닌가?

프리랜서 시장을 가속했고 좀 더 편리한 비즈니스를 제공했다. 소규모 인원이 도심의 랜드마크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했고 훌륭한 리소스를 가진 사람들을 모았다. 전통적인 개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프리랜서들에겐 기회다. 하지만 꼭 도심에서 일해야 할까? 이미 디지털이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고 자율주행이 레벨5 수준(운전자 불필요 단계)이 되면 오피스 일부 기능을 흡수할 것이다. 공유오피스가 모여 일하는 의미와 가치를 더 생산하지 않는다면 굳이 도심에 모여 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Q : 모여 일하는 기쁨을 디지털이 채워줄 수 있을까? 동료애를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고립감이 가장 힘들다. 우린 사회적 동물이니까. 미팅을 마치고 동료들끼리 커피 한잔하면서 수다를 떨지만, 비대면 업무 즉 원격 업무 생활은 철저히 혼자다. 이 고립감을 스포츠 활동이나 또 다른 취미 활동 즉 업무가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모임을 통해 극복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여 일하는 기쁨만 있을까? 우린 모여 일하면서 집중하지 못하는 사내 정치, 불필요한 긴장 관계 등을 경험한다. 일장일단이 있다.

Q : 1인 다직업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중요한가?

대면 업무를 안 할 순 없으니 비대면 업무와 대면 업무의 빈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보지 않고 일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또 한국인 특유의 ‘성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면, 비대면 업무 횟수도 중요하고 디지털 소통 문화도 더 고민해야 한다. 우린 여전히 이메일을 보내면서 어색하고 딱딱한 인사, 말투를 사용한다. 대면 업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농담이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잘 나누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 한가지. 디지털이 보완할 수 없는 게 인성이다. 우리가 대면 업무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사고 칠 사람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 아닌가? 통신과 원격 업무, 자율주행 등은 소통을 위한 도구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인성을 가졌느냐가 업무의 퍼포먼스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면 업무를 잘해야 비대면 업무를 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 회사의 업무를 하다 보니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가 있는데 이는 법적 문제라 서로가 신경 써야 한다. 또 일반적인 정보는 오히려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로 발전하는데 계기가 된다.

Q : 해외에서 생활하며 현재의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들었다.

2+1 패키지를 만들어 기업들에 제시했다. 2개월은 국내에 머물며 일하고 1개월은 해외에 거주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선 창의적인 생각과 비즈니스 기회,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사무실과 같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서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직장인들의 업무 상당 부분이 이메일이다. 회의는 내가 어드바이저로 있는 비캔버스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로 얼마든지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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