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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여름내 햇빛에 지친 내 피부에 도움되는 ‘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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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한약이야기] ⑤자근

여름이다. 지친 일상을 떠나 바다로 산으로 휴가를 떠난다. 기대 가득한 여름휴가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자외선이다. 선크림이나 모자, 긴소매 옷 등으로 햇빛을 막아 보지만 자칫 방심하면 자외선에 피부가 울긋불긋해지거나 표피가 벗겨지기도 한다. 매년 만여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햇빛으로 인한 화상인 일광화상으로 병원진료를 받는다고 하니 ‘괜찮아 지겠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광화상은 햇빛 속 자외선이 원인이다.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히스타민이나 프로스타글란딘 등 염증 물질의 분비를 자극하는데, 이로 인해 혈관벽의 투과성이 증가하면 혈관에서 피부조직으로 염증세포가 이동하게 된다. 즉, 자외선으로 피부에 염증반응이 일어나서 홍반, 열감, 통증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광화상은 보통 자외선 노출 후 4~5시간부터 나타나 12∼24시간 후에 최고에 도달하기 때문에 낮에는 즐겁게 놀다가 저녁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상, 땀띠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선조는 어떤 약들을 사용했을까. 중국 명나라 명의인 진실공이 쓴 ‘외과정종’에는 피부를 윤기나게 한다는 ‘윤기고’라는 처방이 나온다. 자근, 당귀, 백랍 등이 주요 약재로 사용되는 윤기고는 150년이 흐른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돈지가 추가되면서 ‘자운고’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세계일보

자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제공


윤기고나 자운고에 사용되는 자근은 지치과 식물인 지치, 신강자초, 내몽자초의 뿌리로, 어두운 보라색에서 자갈색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운고라는 이름 역시 약 표면이 보라색 구름무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자근은 성질이 차고 맛이 쓰다고 되어있다. 이 자근은 열을 내리고 독성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자근 추출물은 자외선을 흡수하고, 염증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자근 추출 성분 중 하나인 ‘시코닌’은 항염증작용, 상처치유, 항산화작용이 있다고 한다.

자근의 쓰임은 비단 약재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라색이라는 독특한 색 때문에 왕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이 입는 옷을 염색하는 데 사용됐다. 최근에는 전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홍주’에도 자근이 사용되고 있다. 누룩의 발효과정을 거친 뒤 자근을 담은 삼베를 통과시켜 진도홍주를 만드는데, 자근의 색이 스며들어 술이 붉어져 ‘홍주’라 부른다.

아이들이 방학을 맞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된다. 자외선이 남긴 흔적없이 여름 휴가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모자나 양산을 쓰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등 현명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칫 일광화상을 입었다면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자운고를 사용하게 된다면 색깔을 확인해 보라. ‘아 이래서 자운고이구나’ 알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조금 더 재미있어 진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도움: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약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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