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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협상’ 외면하고 ‘추가 보복’ 만지작거리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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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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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19일 주일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이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불응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항의하고 “필요한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위협했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추가적인 무역보복 조치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추가 조처는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한-일 갈등을 더 부추길 것이다. 일본은 사태를 악화시킬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외교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남관표 주일대사에게 한국이 18일까지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강변했다. 또 외무성은 담화를 내어 징용 문제가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뒤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 “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주장은 근거가 빈약한 일방적인 논리일 뿐이다.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중재위 구성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양국의 별도 합의가 없는 한 중재위 구성 요청에 응할 의무도 없다. 또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라고 일본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일 뿐이다. 이걸 청구권협정 위반으로 몰아붙이는 건 무리다. 오히려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배상하라”고 한 판결은 국제 인권규범과 조응한다.

그런데도 일본이 일방적으로 중재위 구성 문제를 18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한 뒤 시한이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미 예고한 대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 배제 등 추가 제재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의심된다.

그러나 일본의 명분 없는 추가 제재는 한-일 관계를 정말로 회복 불능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한국에선 일본이 추가 보복할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경제보복을 거쳐 외교·안보 등 다른 분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자중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16일 각의의 승인을 얻은 2019년판 ‘통상백서’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대해 “경제활동의 정체로 연결돼 세계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기술했다고 한다. 그래 놓고 한국에 무역보복을 강행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치졸한 행동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다시 한번 일본에 외교적 해결을 제안했다. 일본은 건설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 체인의 교란을 막기 위해서도 한국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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