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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기자수첩] 정부 일자리 사업은 '천하제일 해처먹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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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희연 사회정책부 기자


'천하제일 해 처먹기 대회'(kang ****).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사업에서 엉뚱하게 새 나간 돈이 860억원이라는 기사〈본지 7월 18일자 A1면〉에 한 네티즌이 올린 댓글이다. 실직자인 동생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얼굴이 닮은 형이 8개월이나 실업급여를 대신 타가고, 한 회사 대표는 자녀 등 가족 6명을 '유령 직원'으로 두고 "직원 더 뽑았다"며 고용안정지원금, 육아휴직급여 등 무려 7종류의 지원금을 받아 챙겼다. '가짜 실직자' 수십 명에게 실업급여를 타도록 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일자리자금 전문 브로커'까지 있었다. 그러니 "국민 혈세 빼먹기 경진 대회를 하느냐"는 탄식을 하는 것이다.

도둑질하는 사람이 가장 나쁘지만,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도록 부추기는 제도도 문제다. 일자리를 세금으로 만들겠다고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니 벌어지는 일이라서다. 부정수급 적발 베테랑으로 통하는 고용부 조사관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그는 두 가지를 꼽았다. 부정수급 잡아내는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지능범죄 수준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민간의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했다.

또 한 가지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욕심을 낼 만큼 정부 지원금이 커졌다는 것을 들었다. 이 정부는 일자리도, 성장도, 복지도 다 세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세금 퍼붓는 데 열심이다. 현금성 복지가 많아 부정수급 가능성이 큰 고용부의 재정 지원 일자리사업은 최근 3년간 2017년 11조9000억, 2018년 13조2699억, 올해 16조413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노무법인들이 '노다지'를 만났다는 얘기가 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일자리안정자금 등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생기거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지원금을 어떻게 하면 많이, 오래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정부의 각종 현금 지원 사업이 많다 보니 기업들 사이엔 "정부 돈은 못 받아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돈다고 한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 복장 터지게 하는 소리다. '천하제일 해 처먹기 대회'의 주최자는 '천하제일 허술한 정부'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말이다.

[주희연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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