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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백영옥의 말과 글] [108] ‘고객’이 아니라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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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페이스북의 초대 대표인 숀 파커는 말했다. 사용자들의 관심과 시간을 최대한 빼앗으려면, 다른 누군가가 온라인 사진이나 포스트 같은 것들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겨주는 방식으로 약간의 ‘도파민’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 이런 과정은 사회적으로 확인받은 피드백 루트이며 …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듯 SNS가 행복 지수를 낮추는 건 그곳이 '진짜 나'가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인간 심리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재런 러니어의 책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읽은 후, 여기에 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령 우리는 스타의 선행보다 이혼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한다. 테러나 금융 위기 등 부정적인 피드백은 늘 클릭 우위를 점하고, 언론과 기업은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이것을 반영해 뉴스피드를 조정한다. SNS는 비교를 팔고, 광고는 불안을 판다. 여행 광고에서 "너는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묻고, 펫 보험 광고 속 강아지는 "댕댕이 보험 왜 나만 없어!"라고 외친다.

재런 러니어는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고안한 컴퓨터과학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담배'가 아니라 '납이 든 페인트'에 비유한다. 납이 해롭다고 페인트칠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지만, 여론과 법률 제정으로 납을 함유하지 않은 페인트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SNS 중독은 이제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만큼 흔해졌다. 역설적이게도 중독은 끊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힘들다. 이것이 그가 SNS 시스템의 새 표준을 촉구하고, ‘계정 삭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빅데이터가 고객의 마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SNS 서비스가 공짜인 이유 말이다. 우리가 ‘고객’이 아닌 ‘상품’이란 뜻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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