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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학생·학부모 5000명 집회···청문 하루 앞두고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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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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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입시전문학원으로 변질해 폐지해야 한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만든 자율동아리도 55개나 됩니다. 일반고 황폐와 문제의 책임을 자사고에 떠넘기지 마십시오.”(숭문고 학생회장 2학년 최승훈군)

“교육은 실험이 아닙니다. 학교체제와 유형이 교육감에 따라 바뀐다면 교육의 안정성이 무너질 것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학교도 정권이 바뀌면 완전히 없어질 수 있습니다.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합니다.”(세화고 학생회장 2학년 박준혁군)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북측광장에선 서울지역 자사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반대하는 집회인 ‘서울 자사고 가족문화 대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이었다. 자사고 21곳의 대표자들이 무대 위에 올랐고, 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 8곳(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의 학생들이 마이크를 잡고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이날 행사에는 자사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그들의 손에는 '우리는 하나다''학교는 우리꺼''자사고 지켜줘'와 같은 글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김철경 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격려사를 통해 “자사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갖게 된 것이 기쁘면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공교육의 리더 역할을 하는 자사고가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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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주최로 '청소년 가족문화 축제 한마당'이 열렸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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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단순히 구호만 외치는 집회가 아닌 학생들의 다양한 공연으로 꾸며졌다.

배재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뮤지컬 ‘영웅’ 무대를 시작으로 한대부고·중동고·경희고 등의 학생들이 댄스·난타·랩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전수아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은 “자사고가 입시에 편중된 교육을 하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런 축제를 마련했다”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는데 참석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경희고를 시작으로 사흘간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을 진행한다. 청문은 시교육청이 교육부에 동의를 구하기 전 학교들의 의견과 소명을 듣는 자리다. 청문 절차가 끝난 후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에 이들 학교의 자사고 지위 취소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교육부가 이에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 3월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 32개 단체가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학생·학부모를 동원하는 자사고 축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2일부터 열리는 서울시교육청의 청문 절차에 영향력을 주기 위해 열렸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모교 사랑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게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며, 서울시교육청이 청문에서 자사고 재지정취소 결과를 번복한다면 또 다른 파국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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