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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용감한 젊은 디자이너들 늘어"…파리에서 보내온 K패션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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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아 루이까또즈 프랑스지사장 서면 인터뷰

3~4년 전부터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 진출 ↑

루이까또즈, 한국·유럽 연결 교두보 자처

진출 성공률 높이려면 현지인력·영업투자 늘려야

아시아경제

정연아 루이까또즈 프랑스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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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전세계 패션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리와 런던으로 진출하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K팝과 K뷰티에 이어 글로벌 무대에서 달라진 K패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정연아 루이까또즈 프랑스지사장(사진)은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 패션계에서 벌써 20년 이상 일하는 동안 지켜봤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K패션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3~4년 전부터 급격하게 젊은 디자이너들이 용감하게 프랑스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지사장은 2011년부터 핸드백·잡화 전문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프랑스지사장을 역임해왔다. 이전에는 패션 브랜드 '다니엘 크레뮤'에서 일하며 서울보다 파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지사장으로서 파리 유명 백화점 갤러리아 라파예뜨 내 매장 판매동향을 살피고 현지 경영과 영업, 브랜드 홍보, 네트워킹 업무 등을 병행한다.


그는 K패션이 가진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느낌이 강점이라고 꼽았다. 실제 마레지구의 멀티 브랜드 쇼룸에도 한국의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마레지구는 '메르시' 등 트렌디하고 힙한 편집숍과 유명 쇼룸이 밀집된 지역으로 젊고 힙한 파리지엔느들이 자주 찾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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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프랑스의 복잡하고 늦은 행정 업무와 언어·문화 장벽 때문에 디자인과 브랜딩이 좋아도 쉽게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점점 K패션의 위상 변화가 많아지고 있다. 파리 유명 편집숍 '콜레트' 출신 팀이 새로 론칭한 편집숍 '누스'는 이번 파리패션위크에 한국 그래픽 아티스트 그라플렉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루이까또즈도 K패션과 K뷰티를 유럽시장과 연결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5월 파리 마레지구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편집숍 '셀렉트 서울 파리'로 리뉴얼해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공식 오픈 행사 때는 2020년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와 맞물려 많은 바이어들과 블로거들이 찾았다는 후문이다.


정연아 지사장은 "브랜드 특성상 단일 품목인 가방만 취급하고 고객층이 마레보다는 파리6구나 16구 고객들에게 더 선호를 받고 있어 몇 년간 매장 이전, 업종 변경을 고민해왔다"며 "그러던 중 2017년 파리 트라노이 전시회에 계한희 등 5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지원하고 협업을 진행했는데 K패션에 대한 현지 반응이 좋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팝과 K뷰티 등 전 세계적인 한류의 영향으로 파리 젊은 층들이 한국 문화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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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까또즈는 지난 5월 파리 마레지구 플래그십 스토어를 멀티 브랜드 편집숍 '셀렉트 서울 파리'로 리뉴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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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유럽 현지 시장에 익숙지 않은 한국 패션 브랜드가 파리패션위크 때 고전하는 현실은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유럽 내 영업 전문 에이전시나 경험이 많은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 짧은 기간 보다 효율적으로 바잉 미팅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정 지사장은 "K패션을 유럽에 소개하는 기회는 보통 패션위크 중 런웨이 참가 혹은 쇼룸, 페어(전시회) 참가 등"이라며 "페어나 쇼룸의 경우 4~7일 파리에 상주하며 신상품을 소개하는데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쇼룸 기간 중 무작정 바이어를 기다리거나 수주 없이 귀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인력 등을 통할 경우 쇼룸 3개월 전에 이미 바잉 미팅을 잡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콘셉트와 포지션닝이 확실해야 한다. 사전 시장 조사 없이 무작정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브랜드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영업 쪽은 현지 경험이 많은 현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바이어와 브랜드 영업 사원이 코드가 잘 맞아야 수주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브랜드들이 프랑스 유학생들에게 영업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관행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에 법인을 내거나 매장을 오픈 하는데 많은 투자와 행정적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일례로 인력을 고용할 때 드는 사회보장비 문제를 꼽았다.


정 지사장은 "현실적 문제 때문인지 한국의 많은 브랜드들이 프랑스 유학생들에게 불어를 한다는 이유로 영업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그러나) 최소한 패션 시장을 알아야 비지니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의 확실한 콘셉트와 고객 타켓팅이 우선 이뤄지고 관리와 경영, 재경은 한국에서 확실히 잡아주고 그에 맞는 영업과 홍보는 현지 시장을 잘 아는 전문 인력을 이용해야 프랑스 정착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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