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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대일 여론전 선봉 조국·유시민… “쫄지말자” “불매 자연스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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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일본의 국력은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이지만)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21일 조 수석)

“일본제품 불매 행위로 표출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고 합헌적인 일”(2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필수 소재 수출규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서 대응키로 한 가운데 여론 영향력이 센 여권 핵심 인사들이 앞장서 대일 강경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우리 국익에 도움되도록 냉정하게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사안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야당, “여권 핵심인사들의 부적절한 언사가 한일 갈등만 키워”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을 겨냥, “국민들이야 화가 나서 별일을 다하려고 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뛰어넘은 그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조용히 냉철하게 관조해야 한다. 함께 흥분하거나 적어도 선동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속에서 가장 속이 타고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이들은 누구인가. 한마디 말도 못 하는 그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기업인들”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말고, 휘발유 끼얹지 말고 해결을 하라. 외교력을 동원하고 필요한 동맹을 설득하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설영호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조국에 이어) 이제는 유시민까지 가세하는가”라며 “무엇보다 국익이 중요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청와대 주변이 온통 이념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설 부대변인은 “유시민 전 장관은 양국 감정을 더 자극하고, 조 수석은 ‘애국 아니면 이적’,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인 거친 언행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애국지사’로 동일시되는 프레임이 작동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날아갈 국가 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지 세력의 인기에 영합한 자극적 표현들이 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를 비유해 ‘곡학아세’라고 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은 실리를 우선으로 일본에 우리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 외교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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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 여론전에 선봉

한국당 등의 이러한 반응은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지지층 등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모르나 이번 사태 해결과 국익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은 비판론자들의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시각을 반박하며 대일 강경 대응 목소리 톤을 높이고 있다.

특히 조 수석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를 공개 비판한 후, 18일부터 21일 현재까지 나흘간 페이스북에 본인의 목소리를 담은 글이나 관련 언론 기사 등 17건의 게시물을 올리며 경제보복 사태에 대한 여론전 선봉에 나선 형국이다.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은 물론 국내 정치권이나 언론을 겨냥한 비판도 적지 않다.

‘경제전쟁’ 상황에서 국론을 분열시켜선 안되며, ‘피아(彼我)’ 구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이 다수 눈에 띈다.

조 수석은 이날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재판주권을 무시하며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의 당부(當否)를 다투는 한일외교전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벌어진다. 정식 제소 이전의 탐색전”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패소 예측이 많았던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건에서는 2019년 4월 WTO가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승소를 끌어낸 팀이 이번 건도 준비하고 있다”며 “전례를 보건대 몇 년 걸릴 것이며 어려운 일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국력은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라면서도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라고 썼다.

조 수석은 “외교력을 포함한 한국의 국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시기와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제일 좋은 것은 WTO 판정이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며 당연히 문재인 정부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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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부 보수 야당과 언론 겨냥해 반감 표출···“일본 정부와 같은 주장하는 한국사람은 ‘친일파’로 불러야”

조 수석은 또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했다는 것 ▲ 이를 무시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가 잘못이라는 것 ▲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어겨 일본 기업에 피해를 주므로 수출규제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 커녕, 이에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게다가 (이들은) 소재 국산화를 위한 추경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전통적으로 ‘우파’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인데, 한국에서는 정반대”라며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과 대표적인 보수 언론들을 겨냥했다.

조 수석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법학에서 '배상'(賠償)과 '보상'(補償)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며 “전자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후자는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3억 달러는 받았지만 이는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에도 지금도 일본은 위안부, 강제징용 등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애국이냐 이적이냐' 이다”라며 “문제는 (일본의) 논리에 부분적, 전면적으로 동조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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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일제 불매 행위 자연스럽고 합헌적 “우리 국민은 심리적으로 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유 이사장은 전날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와 함께 일본의 규제 조치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일본의 행위는 놀라운 일”이라고 일본의 조치를 맹비난했다. 유 이사장은 “자유무역이란 쌍방의 이익을 전제로 이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가 전문화에 들어가 국민경제를 형성하는 것인데, 그렇게 수십 년을 해와 놓고 갑자기 반도체 가공에 필요한 물품들을 자기들이 쥐고 있으니 이것만 타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일본과 같은 상황 조처를 하고 서로 간 불만 있는 나라들이 모든 걸 이런 식으로 하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파탄 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우리로서는 피해가 얼마이든 간에 심리적으로 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제품 불매 행위로 표출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고 합헌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캠페인도 아니고 시민단체 주도도 아닌 시민들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판단과 선택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이 제약돼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고 있고 구매자로서 조용한 방법으로 의사표시 하는 것이 지금의 불매운동의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유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과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여러 가지 격앙된 보도, 인터넷 반응, SNS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차분하게 문제를 이해하고 당장 우리 집에 크게 불이 난 건 아니니까 여유를 갖고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데 (방송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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