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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나자의 금색병 주세요" 주링허우 세대 홀린 화장품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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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K팝과 K푸드, K뷰티, K패션 등 'K스타일'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K스타일의 신시장으로 떠올랐고, 사드사태 이후 주춤하던 중국에서도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기존 교민이나 일부 마니아층을 겨낭한 소량 수출을 벗어나 맞춤형 시장분석과, 현지 생산 및 판매기반 확충을 통해 K스타일의 글로벌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맹활약하는 K스타일 기업들의 노력과 성과를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조명해본다.

[세계로 비상하는 K스타일⑬LG생활건강]사드에도 나홀로 성장…후 에센스는 2초에 1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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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신세계다완백화점 1층 숨37도 매장 모습/사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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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신세계다완백화점 1층 숨37도 매장엔 코너마다 '나자의 금색병'으로 불리는 안티에이징 에센스 '엘릭서 에센스 시크리타'가 놓여 있었다. 현지 톱배우 구리나자는 올해부터 숨 모델로 활동 중이다./사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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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워 나자 더 료진핑(给我娜扎的鎏金瓶·나자의 금색병 주세요)" 중국 상하이 소비시장을 이끄는 주링허우 세대(1990년 이후 출생)가 '나자의 금색병'에 꽂혔다. 톱배우 구리나자가 광고하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숨(숨37도)의 안티에이징 에센스 '엘릭서 에센스 시크리타' 애칭이다. 지난 12일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신세계다완백화점에서 만난 숨 매장 직원은 고객에게서 이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구리나자의 웨이보 사진을 보여주거나 매장 모델컷을 가리키며 '나자의 금색병'을 찾는 식이다.

LG생활건강 효자 브랜드 후(더 히스토리 오브 후)에 이어 숨이 중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엘릭서 에센스 시크리타'를 포함한 숨의 고가 안티에이징 라인 '숨마'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95% 늘었다. 발효 콘셉트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성스러움'으로 통하면서 주링허우 세대를 사로잡았다. 고가에도 숨 고객의 60% 이상이 20대다. 현재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중국에 90여개 매장을 뒀다.

LG생활건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를 피한 유일한 K뷰티 기업으로 통한다. 사드 직격탄을 맞고 2017년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K뷰티 기업이 맥을 못췄지만 LG생활건강은 오히려 급성장했다. 2016년 3978억원이었던 중국사업 매출은 2017년 4883억원, 2018년 763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90% 이상이다. 연매출 2조원 브랜드로 올라선 후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대표 제품 '비첩 자생 에센스'를 2분에 1개꼴로 팔아치웠다. 후 매장은 상하이 시내 백화점 입구 등 목 좋은 자리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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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LG생활건강 중국법인에서 화장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이태호 부문장은 후와 숨의 성공 비결을 △차별화한 콘셉트 △브랜드의 얼굴격인 대표 제품 △일관성 있는 럭셔리 마케팅 등 세 가지로 설명했다. 후는 '왕후의 화장품' 콘셉트가 통했다. '에스티로더 갈색병'처럼 대표 제품은 브랜드의 성공을 보증하는데 숨의 경우 '나자의 금색병'뿐만 아니라 '기적 에센스'로 불린 '시크릿 에센스'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럭셔리 마케팅과 관련, 이 부문장은 "시장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기 쉬운데 일관성 있는 럭셔리 마케팅으로 백화점 VIP 고객을 잡았다"고 말했다.

2006년 일찍이 론칭한 후의 성공 법칙을 접목해 후발 주자인 숨은 비교적 단기간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숨은 2016년 4월 중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숨의 정체성인 '발효'는 화장품 시장에서 흔하게 찾아보기 어려운 콘셉트다. 이 부문장은 "발효엔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다려야 한다"면서 "이는 곧 정성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효, 시간, 기다림, 정성으로 연결된 브랜드 콘셉트가 중국의 소비문화와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명절에 고향을 가는 데 몇박며칠을 쓰기도 하는 중국인들은 기다림에 익숙하다. 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K뷰티가 아닌 브랜드력으로 승부 본 전략도 주효했다. 중국 현지 연예인 구리나자를 숨의 모델로 기용한 것도 K뷰티에 호소하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비너스'로 불리는 구리나자는 1992년생으로 숨의 주요 고객 연령층에 속한다. '워너비'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부문장은 "K뷰티로 승부 보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K뷰티 자체의 힘은 약해졌고 일본 등 글로벌 브랜드, 현지 브랜드의 영향력도 상당하므로 오로지 콘셉트, 대표 제품, 마케팅으로 소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브랜드 쇼케이스 역할을 하는 백화점 채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티몰 등 온라인 시장도 키울 방침이다. 온라인 역시 일관성 있는 마케팅을 위해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후, 숨에 이어 오휘, VDL 등도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상하이 중심부 신세계다완백화점에서는 오휘 대표 제품과 모델 김태리 사진을 천장에 크게 걸어놓고 대대적인 팝업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백화점 1층엔 모두 4개의 LG생활건강 브랜드가 입점한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외에도 베트남,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 프랑스 등 10여개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허브를 콘셉트로 한 브랜드 '빌리프'가 효자다. 빌리프는 미국 동서부 주요도시 세포라 매장 410곳에 입점했다. 화장품 사업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3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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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신세계다완백화점 1층 입구에 위치한 '더 히스토리 오브 후' 매장(왼쪽). 같은 백화점에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오휘' 팝업 행사 모습./사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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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양성희 기자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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