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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일본 경제보복, ‘과도한 공포심’ 조장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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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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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 두 나라 갈등이 장기간 이어질 분위기다. 일본 참의원 선거 뒤 나온 아베 신조 총리의 공세적 발언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일본은 3대 품목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빼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준비해 펴나갈 때다.

국제 외교전에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당장의 과제다. 2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이를 위한 주요 시험대다. 일본의 수출 규제 건을 정식 의제로 올리는 일반이사회는 세계 무역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최고 결정기관이다. 수석대표를 맡은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엄정한 대처가 긴요하다.

세계무역기구 결정을 예단할 순 없어도 국제 여론전이 불리하지 않다는 정황은 이미 여럿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22일치 사설을 비롯한 여러 외신 기사에서, 경제와 무역을 국내 정치의 도구로 써먹는 일본 행태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있다. 통상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여기에 맞물리면, 국제 여론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을 통한 ‘탈일본 전략’을 펴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본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주저앉을 것’이란 식의 공포심 조장은 옳지도 않고, 백해무익하다. 일본의 부당한 조처에 굴복할 수 없다는 ‘주관적 의지’ 차원을 떠나 ‘객관적 정황’으로 봐도 너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일본계 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들어 위기감을 부추기는 일부 보도에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자금의 비중도 크지 않다. 국내 은행이 빌린 일본계 자금은 전체 외화 빚의 6.6% 수준이다.

사태 초기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는 식의 일부 평가와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도체 값이 오르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주가도 여기에 힘입어 이달 들어 올랐다. 반면, 스미토모화학을 비롯한 일본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줄줄이 떨어졌다. 지레 겁먹을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려면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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