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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오죽하면 저럴까” vs “신중치 못해”…조국의 ‘SNS 극일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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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페북 정치’ 의견 분분

이달 들어 ‘일본 관련’ 글 수십건

이적·친일·매도…단어 수위도 높아

“국민 비분강개 정서 대변” 옹호 속

“이분법적 단정 표현은 과도” 비판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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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죽했으면 그러겠나” “속이 시원하다”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위가 지나치다”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하다”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실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로 인한 한-일 갈등 이후 조 수석이 쓴 페이스북 글은 대변인을 통해 나오는 청와대의 공식 발언보다 더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표현의 수위와 강도 역시 높다. 정치권에선 그가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사실상의 ‘유력 정치인’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조 수석은 이달 들어 페이스북에 일본 관련 글을 수십건 올렸다. 원래도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평일과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게시판에도 조 수석이 울분에 차 올린 글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18일에는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전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라고 썼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한층 수위를 올려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22일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 주권이 타국, 특히 과거 주권침탈국이었던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우리 정부의 의견과 정책을 비판·반박하는 국내의 목소리를 ‘이적’ ‘친일’ ‘무도’라는 극단의 언어로 공격한 것이다.

조 수석의 이런 글을 두고 여권 한쪽에선 일본의 조처에 분노하는 국민과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수석이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다. 국민이 가진 비분강개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 수석의 글은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효과’ 면에서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 수석의 언행이 과도하다는 비판 역시 만만찮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일본을 비판하면서 우리 정부도 답답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친일파’로 모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친일인지 아닌지 면밀한 검증도 없이 생각이 다른 것에 ‘친일’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단정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적’ ‘친일파’ 같은 표현이 국민을 ‘적과 동지’로 가르는 ‘분열의 언어’라는 점에서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이 구사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다.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을 겪은 우리 현대사에서 상대를 ‘친일’ ‘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규항씨는 21일 페이스북에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그의 현재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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