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정태호 이사장 "군납, 조달청이관 저가입찰땐 방사청 납품 中企 700곳 피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中企현장목소리 ③ / 정태호 군납물류업협동조합 이사장 ◆

매일경제

"방위사업청 납품 심사기준을 맞추려고 기술사 등 직원을 더 뽑았는데, 공청회도 없이 군납 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게 말이 됩니까."

방위사업청에 무기류가 아니라 어육이나 제과·육가공품 등 식품, 속옷·침낭 등 군인용 일상용품을 납품하는 군납 중소기업은 700여 곳에 이른다. 납품 품목만 3100여 개로, 한 해 1조500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이들 군납 중기들이 회사 존립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태호 한국군납물류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내년 1월부터 급식, 피복, 일반장비류 등 무기체계와 관련이 없는 군수품도 현행 방사청 조달에서 조달청으로 이관된다"며 "방사청 납품 기준에 맞춰 사업을 해온 중기들은 납품 조건이 바뀌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납 중기들은 이전에는 군납비리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절차가 투명해져 비리가 설 자리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방사청과 조달청은 군수용품 조달을 조달청으로 이관해야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 높이고, 제품 다양화를 통해 군장병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방사청 납품은 군납 업체로 등록된 700여 개 업체 내에서 입찰 경쟁이 진행된다. 방사청은 군납 적격심사기준을 둬 평가 상위 업체에 입찰 시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품질 향상을 위해 HACCP 인증이나 KS 인증, 이노비즈 인증 등을 받고 기술사, 기사 등 기술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이외 평가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녹색성장기업, 노사관리기업, 성실납세기업, 장애인고용기업 등 다양한 인증서를 획득하기도 한다.

정 이사장은 "조달청으로 군납 업무가 이관되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투자해 적격심사기준 자격을 획득한 군납 업체들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며 "조달청 입찰에서는 이에 대한 우대조치가 없이 대부분 저가 입찰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달청 전자입찰의 경우 건당 1만~3만원가량 참여 비용을 업체가 납부해야 한다. 정 이사장은 "조달청 입찰은 모든 업체에 참여가 개방돼 기존 군납 업체들은 무한 저가입찰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식품 등의 품질 저하는 물론 납품 업체들 경영 안정성도 해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방사청에 군납하는 중기들은 연매출 30억~200억원가량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업체는 군납 업무가 방사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되면 민간시장에서도 군납 업체라는 지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애로점을 전달하기 위해 군납 업계는 다방면으로 방사청에 의견을 전달해왔다. 올해 초에는 납품 업종별 15개 협동조합 이사장들이 모여 '국방조달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사청 관계자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서찬동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