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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영화 리뷰] 31일 개봉 `사자`, 대배우 안성기의 노장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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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근래 한국 대중 영화계에 일고 있는 긍정적 변화 하나를 꼽자면 장르 다변화를 들 수 있다. 기존에 숱하게 양산된 범죄·사회 드라마, 사극, 액션, 코믹, 가족물 등에서 장르 범주가 조금씩 확장되는 기미가 감지돼서다. 대표적인 게 미스터리 장르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이 성공한 이후 차기작 '사바하'(2019)까지 흥행하면서 이 장르는 이제 마니아층 너머 대중 장르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31일 개봉하는 '사자'도 그런 맥락 아래 탄생한 구마(驅魔) 소재 미스터리 액션물이다. 2년 전 버디물 '청년경찰'로 데뷔해 565만 관객을 모은 김주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사자'는 전작에서 배우 강하늘과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주목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초입, 기우(최우식)에게 산수경석을 건네준 박서준이 주인공이다. 그 곁을 구마 사제로 분한 대배우 안성기가 함께하며 색다른 듀오 구도를 형성했다.

'사자' 초·중반은 인물들 성격과 관계 형성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한다. 본격적 구마 이야기를 위한 예열 단계인데, 아쉬운 점은 예열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실한 가톨릭 집안 자제로 아버지의 애먼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용후(박서준)의 어린 시절과 20년 후 성공한 이종격투기 선수가 됐으나 신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품은 그의 상처받은 내면 등이 설명조로 길게 제시된다.

극이 무르익는 시점은 용후와 안 신부(안성기)가 같이 구마 활동을 벌이면서다. 아버지 뒷모습을 닮은 노구의 안 신부에게 묘하게 이끌리는 용후는 그런 그를 서서히 자신의 두 번째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하며 따른다. 그리고 지켜준다. 영화적 재미도 사실 이들의 구마 액션보다는 두 남자가 조용히 대화하는 순간에서 온다. 그 순간 안성기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가 주는 위무의 힘은 적잖다.

결과적으로 선악의 명징한 대결 구도로 직조된 '사자'는 이분법적 외피에 감싸인 대체 가족, 대체 부자 이야기에 가까워 보인다. 제일 공을 들였을 마지막 액션 신은 시원한 쾌감을 유발하진 못하며, 박서준과 최우식(최 신부 역) 등의 매력도 그리 만개하진 않는다. 그보다 세월의 풍화를 증거하는 대배우 안성기의 주름진 얼굴과 인자한 미소가 더 오래 기억에 맴도는 영화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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