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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신을 믿지 않는 신의 대리자’ 오컬트 영화 흥행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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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박서준·우도환 주연 ‘사자’

엑소시즘에 히어로물 설정 더해

세계관 이해도·CG기술 불만

느린 전개·장면 반복은 아쉬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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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컬트 장르는 20~30대는 물론 10대까지 끌어모으며 선전 중이다. <검은 사제들>(2015·544만명), <곡성>(2016·688만명), <사바하>(2019·240만명) 등은 오컬트가 ‘주류’는 아닐지라도 ‘잠재적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올여름 찾아온 오컬트 영화 <사자>(31일 개봉)는 순제작비 115억원, 엑소시즘에 히어로물을 덧입힌 시도, 노장 안성기와 라이징 스타 박서준·우도환의 조화를 내세웠다. 과연 여름 성수기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사자>가 안내하는 낯선 세계로의 초대에 선뜻 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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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신을 원망하며 살아온 격투기 세계 챔피언 용후(박서준). 어느 날 원인 모를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다. 매일 밤, 손에서 피를 흘리며 악몽에 시달리던 그는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고, 자신의 상처가 악귀를 쫓는 특별한 능력과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 보조 사제 최 신부(최우식)가 공포에 질려 떠나자 용후는 안 신부를 도와 함께 구마 의식을 행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자>는 낯익은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한 엑소시즘을 주 소재로 택한다. 여기에 무신론자가 됐던 주인공이 구마 의식을 행하면서 신성의 영역을 체험하고 믿음을 회복한다는 전형적인 플롯이 더해진다. 세계관 이해에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해석의 여지가 없어 식상하다는 면에서 단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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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차별점은 주인공을 격투기 챔피언으로 설정해 히어로물과 비슷한 느낌을 더한 것이다. 영웅이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듯 용후는 ‘악귀를 쫓는 선한 의지를 가진 신의 대리자’로서의 운명을 점차 받아들인다. 플롯 역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신에 대한 원망과 믿음 사이를 오가는 용후의 내적 갈등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문제는 그 갈등이 너무 길고 지난하다는 데 있다. 스토리가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하면서 리듬감을 상실한다. 격투기 챔피언을 내세운 이유는 다른 오컬트 영화와 차별화된 ‘화끈한 액션 신’을 위한 것일 텐데, 이렇다 할 액션은 관객이 지칠 때쯤 반짝 등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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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극적 장치인 ‘구마 의식’이 반복되는 것도 피로도를 키운다. 올리브나무를 태운 숯, 성수를 담은 병, 묵주 반지, 십자가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고, 악령을 쫓는 과정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충격적 볼거리를 배치하지만 비슷한 장면이 계속되면서 긴장감은 반감된다. 중간중간 숨통을 틔우려는 듯 배치한 안 신부의 ‘아재 개그’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사자>는 2017년 여름 시장의 다크호스였던 <청년경찰>(565만명)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작품이다. <청년경찰>에서 보여준 신선하고 젊은 감각이 <사자>에서는 도드라지지 않는다. 쿠키 영상을 통해 카메오 최 신부(최우식)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편을 예고하지만, 감독의 포부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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