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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재량권 남용"…자사고 폐지 정해놓고 평가 끼워맞춘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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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상산고 자사고 취소한 전북교육청 평가 위법"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아닌데도 2.4점 감점해 탈락

"재량권 일탈"…교육청과 다툼서 학교 손 들어준 교육부

"사회통합전형 권고공문, 교육부가 보내"…"법령이 우위"

이데일리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와 안산동산고·군산중앙고 일반고 전환 등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여부 결과를 발표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가 교육부에 의해 위법 판정을 받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는 5년 주기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평가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장관이 이에 동의해야 평가결과가 최종 확정된다. 교육부는 전북교육감의 평가권한은 인정하면서도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가 유지된다.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 강요는 위법”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상산고 재지정 평가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사회통합전형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통합전형은 자사고에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고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선발대상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는 입학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다만 시행령 부칙은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학교에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의무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산고(전북)·민족사관고(강원)·현대청운고(울산)·포항제철고(경북)·광양제철고(전남) 등 옛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이른바 `원조 자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이들 학교는 법인전입금(학생납입금 총액의 20%)이 다른 광역단위 자사고(3~5%)보다 높은 대신 교육부로부터 학생선발권의 자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북교육청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3월 홈페이지에 공고한 2020학년도 전북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에 대해 `상산고는 학교별로 결정한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고 명시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에서 상산고의 자율성을 인정한 것.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20일 결과를 발표한 상산고 재지정 평가에서 사회통합 선발지표 점수를 대폭 삭감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10%를 4점 만점으로 설정하고 상산고에 1.6점을 부여한 결과다.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은 3%로 무려 2.4점을 감점 당했다. 최종점수가 79.61점으로 재지정 기준인 80점에 불과 0.39점 못미친 점을 감안할 때 이 지표는 상산고 탈락에 결정적 변수였던 셈이다.

◇ 교육부 “법령이 권고 공문보다 우위”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란 답을 정해놓고 상산고를 평가했다는 지적은 이때부터 본격 거론됐다. 전북교육청이 공식 발표한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자율 선발을 용인해놓고 재지정 평가에서는 10% 선발을 강요해서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전북교육청이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3%를 승인했기에 4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1.6점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사회통합전형 선발 강요 논란이 일 때마다 교육부의 권고 공문을 근거로 이에 반박했다. 교육부가 2013년 12월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추진계획에서 “옛 자립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 의무 선발비율을 연차적으로 10%까지 확대 권장한다”고 명시했고 전북교육청은 이에 따른 것이란 해명이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전북교육청 평가결과를 최종 심의한 교육부는 상산고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의 권고 공문이 있더라도 시행령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는 것.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은 상산고를 포함한 옛 자립형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정량지표로 평가에 반영한 것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며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법무법인 2곳과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에서도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답을 얻었다.

해당 지표가 부당하다는 지적은 지난 1월에도 나왔었다. 이미 지난해 말 전국시도교육청에 자사고 재지정평가 표준안을 전달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담당자들과 관련 회의를 열고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하기로 했지만 전북교육청만 이를 거부했다. 박 차관은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사고가 있는 강원·울산·전남·경북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했지만 전북교육청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성평가로 전환한 강원·울산·경북·전남교육청 등은 민족사관고·현대청운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에 대한 평가에서 사회통합전형을 정성 평가했다. 의무사항이 아니란 점을 감안, 선발 노력을 평가한 것. 민사고는 이러한 지표 조정과 상산고보다 합격기준이 10점 낮다는 이점 덕분에 79.77점으로 재지정을 통과했다. 박 차관은 “전북교육청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을 공지할 때 상산고가 제출한 사회통합전형 3%를 승인해놓고 정량평가 기준을 10%로 설정했으며 상산고는 사전에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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