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
흡연자의 경우 암 진단에도 불구하고 흡연을 지속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금연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암으로 진단받으면 충격·두려움에 쉽게 금연에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흡연이 암 재발, 2차 암 발생 등에 영향을 미쳐 암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임에도 암으로 진단받은 남성 흡연자의 절반 이상은 흡연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건강증진센터 구혜연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4~2011년 처음으로 암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만 5141명을 대상으로 처음 암 진단 전후 흡연 여부 변화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진단자의 30.8%(4657명)는 흡연자였다. 그런데 이들의 절반 이상인 51.6%는 암 진단 후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88.4%는 암 진단 후에도 흡연량을 줄이지 않았다. 암 진단 후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48.3%다.
흡연을 지속하는 경향은 젊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강했다. 연구팀은 65세 미만의 암 환자가 65세 이상 노인 환자보다 흡연을 계속하는 확률이 1.37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이 높은 집단에 비해 흡연 지속률이 1.29배 높았다.
암 진단 전 흡연량이 많을수록 담배를 끊기 어려워했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이보다 적게 피우던 사람보다 흡연 지속률이 1.24배 높았다. 흡연과 연관성이 낮은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엔 1.67배 높았다. 구혜연 교수는 “암 진단 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금연 치료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흡연은 암의 주요 원인이다. 폐암뿐 아니라 두경부암·식도암·방광암·신장암 등과 연관돼 있다. 암 진단 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면 암을 치료해도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 암이 새로 생기는 2차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암으로 진단받은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면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흡연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하루 평균 10~19개비를 피우는 흡연자가 10개 미만으로 줄였을 때 모든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성이 18% 감소한다.
연구를 주도한 이기헌 교수는 “이 연구는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암 진단 후 흡연을 지속하는 고위험 그룹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금연 치료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권위 학술지인 ‘대한암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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