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 커져
홍콩 '백색테러' 규탄 시위대 구타하는 경찰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홍콩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까지 참여할 뜻을 밝혔다. 홍콩 경찰은 물대포까지 도입하면서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공무원들은 다음 달 2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고 이날 경찰에 집회 허가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홍콩 공무원들은 이 집회에서 공무원들이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정국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 법규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정치 활동이 금지돼 있어 이 집회에서 정치적인 주장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 활동 금지에도 불구하고 홍콩 공무원들은 최근 들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갈수록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이다.
지난 25일에는 홍콩 정부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혁신사무처 직원들과 이민, 관세, 소방 등의 행정 실무 책임자급인 행정주임 400여 명이 경찰의 행동을 규탄하고 독립된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26일에는 홍콩 정부의 간부급 공무원 100여 명이 홍콩 정부가 시위대와 대화하고 경찰의 백색테러 사건 부실 대응 등을 조사하는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홍콩 정부청사 내에는 공무원들이 '레넌 월'을 만들어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는 구호와 표어 등을 적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넌 월은 1980년대 체코의 반정부 시위대가 벽에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저항의 상징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했으며, 현재 홍콩 곳곳에는 송환법 철폐 등을 요구하는 레넌 월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시위가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 물대포 도입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해 5월 독일 벤츠 사로부터 도입한 212만 달러짜리 물대포를 조만간 도로에서 테스트한 후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시위 진압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홍콩 경찰은 이 물대포가 분사하는 물에 물감을 섞어 이를 맞은 시위 참가자를 손쉽게 식별해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콩 시민단체는 "한국에서 2015년 물대포에 맞은 시위 참가자가 머리를 심각하게 다친 후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다"며 홍콩 경찰의 물대포 도입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서 공세적인 자세로 나가고 있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전날 홍콩 도심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도 시위 진압에 나선 한 경찰이 곤봉 위에 쇠로 만든 테두리를 두른 모습이 포착돼 이에 맞은 시위 참가자가 심각한 부상에 이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날 시위대와 경찰의 극렬한 충돌로 인해 시위 참여자 등 최소 16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49명에 이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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