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적폐청산’ 수사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윤 총장의 손을 거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 조직 내에서는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윤석열 검찰’ 체제에서 더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취임 이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사실상 윤 총장의 ‘친정 체제’를 공고히 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우선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자신을 보좌하던 1∼3차장을 나란히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참모로 끌어갔다.
박찬호 2차장. 연합뉴스 |
공안부장으로 발령이 난 박찬호(〃 26기) 2차장은 국가정보원 수사팀을 이끌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다수 관계자를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과거 정보경찰의 불법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나란히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 노조와해 관련 사건도 도맡아 수사했다.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령 난 한동훈(〃 27기) 3차장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조직적 증거인멸 등 의혹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2월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박 차장과 한 차장이 오는 31일 자로 대검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해당 사건들 수사에 지속해서 관여하는 위치로 가는 만큼, 검찰로선 수사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 검찰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벌여온 사건들은 덩치가 크고 내용도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인사에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건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벌인 것인 만큼 앞으로도 수시로 보고받고 직접 지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뒤 사실상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4부를 이끌 3차장 직도 한 차장 밑에서 나란히 근무했던 신봉수(〃 29기) 특수1부장이나 송경호(〃 29기) 특수2부장 등이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중앙지검에서 호흡을 맞추던 이들이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 계통을 매우 공고히 하게 된다. 한 검찰 고위직은 “서울중앙지검은 문 총장 시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의 ‘직할 부대’가 돼 각종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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