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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미국, '이란 핵합의' 이끈 주역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까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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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이끌어낸 주역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31일(현지시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자리프 장관이 세계를 무대로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제재 비판 논리를 확산시키는 것을 더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리프 장관은 자신의 주장이 미국을 아프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을 향해 “진실이 고통스러운가?”라고 힐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대통령 행정명령 13876호에 근거해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 제재를 단행했다”면서 “그가 직간접적으로 이란 최고지도자를 위해 행동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대통령 행정명령 13876호는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및 유관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겨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에서 “이란 외무부는 이란 공화국의 외교기관일뿐 아니라 불안을 야기하는 최고지도자의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수단이었다”면서 “제재 조치는 오늘날의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에서 국제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에 발탁되는 등 30년 가까이 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13년 외무장관에 기용돼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이 참여한 핵합의를 성사시켰다.

자리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자 유창한 영어를 기반으로 미국을 반박하는 논리를 활발하게 개진해 왔다. 일례로 지난 4월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프 장관은 아시아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을 ‘B팀’이라고 묶어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굴복시켜 대화로 끌어내려 하지만 ‘B팀’은 이란의 정권교체와 붕괴를 원한다”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자예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자 등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조치를 실시간으로 반박하기 위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최근 취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도 트위터를 통해 ‘B팀’을 경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하지만 이란과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면서 외무장관을 제재 대상에 올린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및 이란 정권 핵심 인사들을 제재하면서도 그를 빼놓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CNN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은 안된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이 자신을 제제 대상에 올린 데 대한 입장도 트위터에 즉각 올렸다. 그는 “미국이 나를 지목한 이유는 내가 전세계를 상대하는 핵심 대변인이기 때문”이라며 “진실이 고통스러운가? 나는 이란 외부에 재산과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재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나를 당신들의 어젠다에 대한 커다란 위협으로 여겨줘서 감사하다”고 조롱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뉴욕 유엔본부를 포함한 자리프 장관의 미국 방문에 대해 사례별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9월에 열리는 연례 유엔총회에 자리프 장관이 참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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