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조기상환분 -박구원 기자/2019-08-09(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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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격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증시와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의 수익 실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 한 빠르면 6개월 만에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막대한 시중자금을 끌어들였지만,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이 워낙 커진 터라 조기 수익 실현은커녕 자칫 원금 회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ㆍ홍콩 증시 하락에 ELS 조기상환 비상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 삼아 통상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진행하며 만기를 채우는 파생상품이다. 조기상환 가능 여부는 해당 시점의 기초자산 가격이 이른바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ㆍ손실가능구간)’에 진입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부분의 ELS 상품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기상환 시점의 녹인 배리어를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95%와 90%로 각각 설정한다.
예컨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3년 만기, 연 6% 금리 조건이 달린 ELS 투자자라면 가입 6개월 뒤 코스피200 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5% 이상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원금과 3%(연 6%×0.5년)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 1년을 기다렸는데 지수가 10%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면 원금과 6% 이자를 챙길 수 있다. ELS 투자자들은 이처럼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원리금을 조기 회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사용되는 한국과 홍콩 증시가 최근 급락했다는 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는 12%, 홍콩H 지수는 9%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3월 발행돼 당장 이달과 다음달 첫 조기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ELS 규모가 13조원에 달한다. 조기 상환을 염두에 뒀을 투자자 상당수가 다음 상환 시점을 기다리거나 손해를 무릅쓰고 가입 해지를 할 형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ㆍ홍콩 증시가 급등하지 않는 한 ELS 상품 상당수가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최종적인 원금손실구간은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40~55% 수준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원금손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유가 기반 DLS도 비슷한 상황
상품 구조는 ELS와 비슷하되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유 DLS가 특히 그렇다. 원유 DLS는 대체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데, WTI DLS 상품 중 이달과 다음달 첫 조기 상환을 맞는 올해 2~3월 발행분은 1,377억원 규모다.
유가는 그러나 지난달부터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2.54달러(4.7%) 떨어진 51.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일 8% 가까이 폭락한 뒤 일주일 만에 또 다시 급락한 것이다. DLS 역시 ELS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기 상환 기준이 통상 발행 당시 유가의 95%와 90%이다. 지난 2~3월 WTI 가격이 배럴당 52~6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유가 추가 하락은 조기 상환 기회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1년 이상 상승세를 타며 75달러까지 육박했던 유가가 지난해 10월 급락을 기점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터라, 올해 들어 원유 ELS의 조기 상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가가 50달러 초반으로 내려앉았던 올해 1월엔 조기 상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5월(756억원)까지 회복세를 보이던 조기 상환 규모는 6월 608억원, 7월 229억원을 거치며 급감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증시와 유가 모두 하방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ELSㆍDLS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해 내년 초까지는 글로벌 금융ㆍ실물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ELSㆍDLS의 조기 상환 조건을 잘 살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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