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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수출 제한에 日 소재기업 주가 15% 급락…"우회로 통해 韓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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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수출 제한 이후 한 달 동안 주가 15.8%↓

'日 자해는 무모'…생존 위해 정부 방침과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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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일본 기업들이 우회로를 통해 한국 수출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 기업 고객들의 이탈이 예상되며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생존을 위해 정부 방침과 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의 지주회사 모리타홀딩스의 지난 9일 주가는 주당 1584엔을 기록, 지난 6월28일 주가(1885엔)보다 15.8% 하락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은 지난 6월30일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가시화된 바 있다. 6월28일은 도쿄 증시의 그 직전 거래일로, 이날부터 최근까지 1개월여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주가가 무려 15%나 빠진 셈이다.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다른 일본 기업들도 위기에 빠졌다. 스텔라케미파의 지난 9일 주가는 주당 2597엔, 쇼와덴코는 2749엔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13.4%, 13.3% 하락해 모리타홀딩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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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2019.8.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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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출 제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생산하는 스미모토화학은 같은 기간 주가가 7.2% 하락했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JSR과 도쿄오카공업의 주가도 수출 제한 조치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소재 기업들의 타격은 한국 수출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결과다.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 업체들의 경우 한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으로 알려졌다. 포토레지스트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수출 비중이 높다. 지난 7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넓게 보면 '일본의 자해(Japan's self-harm)'는 무모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은 '제3국'을 통한 우회로를 이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모리타화학공업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국에서 고순도 가공한 불화수소는 일본산(産)이라 한국 수출이 제한되는데, 중국의 자사 공장에서 가공하면 중국산(産)이기에 한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모리타 야스오 모리타화학공업 사장은 해당 기사에서 "한·일 사이에 비슷한 문제가 계속되면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라케미파도 싱가포르 해외공장 생산분의 한국 수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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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레지스트 제조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전문 매체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벨기에의 한 기업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를 공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급업체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일본 기업 JSR와 벨기에 연구센터 IMEC의 합작법인 EUV레지스트일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 기업이 제3국의 시설을 통해 수출 규제 품목을 한국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내 생산법인을 통해 수출 제한 품목을 생산할 수도 있다.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는 도쿄오카공업은 인천 송도에 있는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 이후에는 해당 공장의 증산(增産)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레이첨단소재 등 일본 기업이 출자한 국내 소재 기업들도 한국 기업에 대해 제품을 차질없게 공급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기업들이 소재 조달의 국산화·다변화에 나서면서 점점 이탈할 것이라는 점도 일본 기업에는 장기적으로 부담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정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소재 업체를 변경하는 건 간단하지 않다"며 "소재 대체가 현실화되면 일본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공정에 재진입 하기가 까다로워진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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