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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日기업도 탈일본…"삼성, 벨기에 통해 6개월치 소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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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아베 정부 '수도꼭지 규제' 가능성 여전…최대 고객사 잃을 위기에 실리 찾아나선 일본 기업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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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로 막힌 반도체 핵심소재 일부를 일본업체의 해외합작 생산법인 등을 통해 조달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업체의 충격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반면, 한국내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중국 대형 스마트폰업체들의 일본산 부품 갈아타기 발표 등 일본에 부메랑이 될 상황이 이어지면서 아베 정부에서도 상황을 오판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관련기사: 본지 8월4일자 "삼성 등지고 버틸 기업 있나"…日도 '가미카제식' 보복 불안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벨기에 소재 업체 등에서 포토레지스트(PR) 6~10개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감광재로 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더불어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에 물량을 공급한 업체는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JSR이 벨기에 연구센터 IMEC과 손잡고 2016년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추정된다. 이 합작법인의 최대주주는 JSR의 벨기에 자회사인 JSR마이크로로 지난달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직후부터 국내기업들이 규제품목을 조달할 우회공급로로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JSR과 함께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EUV(극자외선)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의 주요 공급처인 일본 도쿄오카공업(TOK)과도 인천 송도 생산공장 증산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순 일본을 급히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런 경로 등을 통해 3종 품목을 수입하는 방안 등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불화수소 제조업체 모리타화학공업 역시 연내 가동할 예정인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지난 8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간 문제가 계속되면 한국에 보내는 물량을 일본 대신 중국에서 실어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소재업체들이 자국 정부 방침과 별도로 해외에서 생산한 '제3국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한국 공급로 지키기에 나서는 것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사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5.7%, 28.5%로 국내 제조사 비중이 75%에 육박한다. 모리타화학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준 매출 117억엔에서 한국 수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당초 우려와 달리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국내 소재업체들의 대체재 개발, 증산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공정은 물론 디스플레이 공정 전반에서도 두루 쓰이는 데다 소재 특성상 장기보관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태 초기 우려가 컸지만 국내 업체인 솔브레인이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제2공장을 통해 생산, 공급을 예고한 상태다. SK그룹 반도체 소재업체 SK머티리얼즈도 기체 불화수소 샘플을 만든 뒤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심사에 최대 90일을 채울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수출규제를 강화한 지 30여일만인 지난 7일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한 데는 이런 사정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재고 확보로 수출규제의 타격은 미미한 반면 일본 업체의 매출만 줄어들면서 아베 정부가 자국 기업의 실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아베 정부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의 중국 샤오미가 삼성전자의 신형 이미지센서를 채택하기로 하는 등 한중업체간 사업협력 강화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이미지센서 분야의 절대강자인 소니가 긴장감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9일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며 오산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과 자국 기업의 타격을 봐가면서 한국을 흔들어댈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도 "아베 정부의 이런 의도와 별도로 피해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일본 업계에선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을 막기 위한 또다른 의미의 '탈일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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