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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2030 리스펙트] 구독형 뉴스레터에 주목한 이유 /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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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진영
경제 미디어 <어피티> 대표


2017년 겨울, <어피티>의 창립 멤버가 모였다. 첫번째 과제는 더 많은 구독자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바이럴에 최적화된 영상을 만들었다. 이전 활동 경험으로 성과가 입증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팔로어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광고를 집행해도 큰 소득이 없었다. 일단 멈췄다. 우리는 타깃 구독자들을 직접 만나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미스핏츠>를 비롯해 그동안 참여해온 미디어에서 나의 타깃 독자층은 20대 또래 친구들이었다. 처음에는 대학생이었고, 시간이 흘러서는 취업준비생, 이제는 직장인이 되었다. 많이 보는 콘텐츠 플랫폼이 ‘모바일 에스엔에스’에서 ‘데스크톱 이메일’로까지 확장됐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을 계기로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도 많이 바뀌었다. 필요한 정보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략을 수정했다. 타깃 구독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구독형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마케팅에 기반을 둔 뉴스레터와는 다르다. 정보가 되는 필수 콘텐츠를 편지처럼 발송한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성공 사례가 수두룩하다. 영미권 미디어 업계의 혁신 사례가 2~3년 뒤 국내에도 시작된다고 믿는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완전히 바뀌었다. 바쁜 직장인을 위한 미디어에 초점을 맞췄다. ‘짧은 여가시간 동안 돈을 실패 없이 소비하도록’ 돕는 에스엔에스 콘텐츠에서 ‘출근길에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메일함에 꽂아주는 서비스’(머니레터)로 방향을 틀었다. 영상 콘텐츠는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좀더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텍스트에서 카드뉴스로, 카드뉴스에서 영상으로 갔다가, 다시 텍스트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새로운 모델에 적응할 무렵, 사고가 터졌다. 정체불명의 중국 도메인 계정이 쉴 새 없이 구독자 리스트에 추가됐다. 가입 창구를 틀어막아도 소용이 없었고, 서비스 관리비가 순식간에 두배 이상 늘었다. 이런 식으로 구독자를 수만명 혹은 수백만명 늘려 서비스를 마비시킨 뒤 개인정보를 빼가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지만 수습 과정에서 구독자 계정이 절반 이상 삭제됐다. 보낼 편지는 다 써놨는데 주소록이 홀랑 타버린 꼴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구독자 리스트에서 사라진 분들도 있었다. ‘머니레터가 오지 않아요’라는 메일도 받았다. 에스엔에스에서 구독 여부와 큰 상관 없이 추천 알고리즘으로 노출을 높이던 때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뒤늦게 깨달았다. 뉴스레터 서비스에서 구독자의 이메일 주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었다. 그 중요성을 모른 건 아니지만 서비스의 존폐를 가를 정도인지는 미처 몰랐다. 다행히 구독자 백업 데이터를 일부 갖고 있었고, 에스엔에스 채널이라는 또 다른 구독자 접점도 있었다. 개인 페이스북과 모든 <어피티>의 에스엔에스 채널에 안내 영상을 올려 현재 상황과 향후 대처방안을 공유했다.

이제 구독자 규모는 꽤 많이 회복된 상태다. 보안 장치도 더 철저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다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우리에게 준 교훈은 있다. 우리의 업은 콘텐츠 ‘제작’보다 콘텐츠 ‘서비스’가 우선이라는 것. 운영 과정에서 독자 데이터 관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항상 깨지면서 배우지만, 이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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