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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무섭게 타오른 불매운동, 한국콜마 회장 결국 사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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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회장 대국민사과…경영 퇴진

직원회의서 극우 유튜브 틀어

아베 칭송하고 여성혐오 발언

화장품 소비 여성들 반발 거세

콜마홀딩스 가족지분 45% 넘어

사임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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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브 방송을 직원회의에서 틀어 논란을 일으킨 윤동한(72) 한국콜마·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자사 제조 화장품·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내놓은 대응책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11일 오후 서울 내곡동 신사옥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뒤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4분가량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한국콜마는 윤 회장의 아들인 윤상현 사장이,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홀딩스)는 공동대표였던 김병묵 사장이 이끌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6~7일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월례회의에서 한 극우 성향 유튜버의 영상을 튼 사실이 8일 밤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이 영상에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의 발언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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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의 사퇴 발표는 불매운동이 전례 없이 빠르게 퍼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9일부터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콜마 불매명단’이 공유됐다. 한국콜마 자체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지난해 인수한 씨제이(CJ)헬스케어의 ‘헛개수’ ‘컨디션’ 등도 거론됐다. 또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아모레퍼시픽), 더페이스샵(엘지생활건강),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한국콜마가 제조한 화장품·의약품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콜마는 제조자 개발생산(ODM), 주문자 위탁생산(OEM) 전문 기업이다. 한국콜마가 제조처인지 파악하려면 개별 상품의 별도 표기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도 명단이 빠르게 공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불매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경험치가 많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회사 상당수가 한국콜마를 통해 대표 제품을 제조하는 만큼, 불매운동 여파가 고객사로 향하는 점을 고려해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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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발언으로 주된 소비자인 20~30대의 반발을 산 것도 불매운동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콜마가 지난 9일 처음 발표한 해명문에서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 것도 ‘반쪽사과’라는 비판을 받으며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윤 회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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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이 잠잠해질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콜마가 홀딩스 지분의 7.46%, 한국콜마 지분의 12.43%를 보유한 사실 등이 부각됐다. 또 윤 회장이 홀딩스 지분 28.18%(가족 지분 45.92%)를 가진 터라 사임 효과도 제한적이다. 아들 윤상현 사장을 통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수준 평가에서도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최하위인 디(D)등급을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윤 회장이 정점에 있는 한국콜마의 지배구조와 제조 제품 정보가 계속 퍼지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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