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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사설] ‘한국콜마’ ‘DHC’ 불매운동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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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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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와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두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극우 성향 유튜브 영상을 직원들에게 단체 시청하도록 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11일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내부 참고자료로 활용한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분노한 소비자들이 한국콜마 화장품 목록을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벌인 지 나흘 만이다. 자업자득이다.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이 한국 소비자의 자발적 불매운동을 헐뜯어 공분을 사는 와중에 한국 기업인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회장이 직원 조회에서 시대착오적 인식과 극우적 정치 성향을 강요한 건 묵과할 수 없다. 임직원 700여명에게 조회 시간에 “아베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지도자”라는 막말,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여성 비하가 담긴 영상 시청을 강제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국콜마는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변명하며 형식적 사과로 어물쩍 넘기려다 분노를 더 키웠다. 기업 오너들은 일시적 사퇴로 소나기를 피한 뒤 복귀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소비자를 진정으로 두려워한다면 윤 회장은 이런 행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클렌징오일로 유명한 일본 화장품 기업 디에이치씨(DHC)는 일본 내 자회사인 인터넷 방송 ‘디에이치씨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폄훼하고 “일본이 한글을 통일시켰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 새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디에이치씨를 일본으로 돌려보내겠다며 불매운동 캠페인을 벌이는 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이번 사태로 시대착오적 인식과 행태를 보이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행동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유니클로는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막말을 한 뒤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성숙한 시민은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착오적 막말과 비하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몇 마디 사과로 어물쩍 넘어가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들 앞에서 기업들은 언제든 잘못하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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