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금리인하와 미중갈등 재점화 뒤 보다 활발해진 신흥국 금리 인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달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전후해 주요 신흥국들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연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시아 신흥국 등의 금리 인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금리를 내린 뒤 연준이 완연한 인하 사이클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100bp 더 내려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가 환율조작국 지정 등 계속해서 중국과의 갈등을 유지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아시아 신흥국들, 완연해진 금리인하 무드

한국금융신문

자료=대신증권



연준이 7월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뒤 아시아 신흥국들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보다 두드러진다.

연준이 7월 31일 금리를 내린 뒤 인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이 모두 금리인하에 나섰다.

특히 지난 7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시장의 예상(25bp 인하)보다 과감한 금리 50bp 인하를 단행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뉴질랜드의 50bp 금리인하는 큰 의미가 있다. 중국 경제권인 데다가 대영제국계열 중앙은행은 한국의 통화정책을 선행하는 경향성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태국 중앙은행은 시장의 동결 예상과 달리 25bp 인하를 결정했다.

인도는 올해 들어서 4번째 금리인하(35bp 인하)를 단행했다. 당초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더 자주 금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8일엔 필리핀 중앙은행이 금리는 25bp 내렸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금이탈 우려를 누그러뜨린 채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9월 관세 추가 인상 등이 경기에 우려를 키운 측면도 컸다.

한편 남미 쪽에선 최근 브라질의 금리인하, 채권강세 등이 돋보였다. 브라질은 연금개혁안에 대한 낙관적 전망, 글로벌 통화완화 무드 등으로 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도이치은행 매크로 전략팀은 "연말 브라질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75~100bp 인하된 5~5.25%를 나타낼 것"며 "현재 서베이 상 연말 Selic 금리는 5.25%로 예견되고 있고 있으며, 100bp 가량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팀은 "역사적으로 통화완화 사이클에서 브라질의 실질 기준금리는 실질 중립금리보다 평균적으로 200bp, 최대 300bp까지 낮았다"면서 "현재 평균보다 100bp 정도 여유가 잇다. 다만 경기가 이미 바닥으로 내려와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100bp 인하를 한도로 인하가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미중 갈등 격화..파월 발언 보다는 트럼프 압력에 무게

지난 달 말 연준은 금리를 내리면서 매파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당시 파월 연준 의장은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 결정 후 "장기간의 금리인하 사이클 개시가 아니다"라면서 'definitely an insurance aspect of it'(확실히 보험적 성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향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미드 사이클의 조정"이라고 발언했다. 당시 금리인하를 적극적인, 혹은 장기적인 인하 사이클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은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과 압박이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조기' 종료시킨 가운데 최근 인하까지도 이끌어낸 만큼 향후에도 트럼프의 의지를 간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하거나 줄다리거를 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9월 미중 회의 계획을 유지할 지 말지 두고 보자. 협상을 하면 좋은 것이고 안 해도 괜찮다"면서 "화웨이와 어떤 비즈니스도 안 하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를 100bp 내려야 한다. 강한 달러화를 절하할 계획은 없지만,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가 자연스레 약해져 미국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세계 여러나라들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연준만 고집을 피운다면서 불쾌해하고 있다. 트럼프의 플레이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를 자극하고 미국, 더 나아가 중국까지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신흥국 금리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교역감소, 경기둔화로 인해 각국의 경기부양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응해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용인하려는 입장을 명시했다"면서 "하반기 동안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중국도 지급준비율 및 예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 글로벌 금리인하 흐름..국내 기준금리 1%, 혹은 그 이하까지도 열어두기도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뒤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또 중국에 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연준에 대한 통화완화 주문의 의미도 담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준 입장에서도 트럼프가 말만으로 그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트럼프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금리결정 이전인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확실시 되던 상황에서 지난 해 11월 인상 이후 8개월만에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엔 한은이 연내 1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지금은 점점 한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중 1%, 더 나아가서 0%대까지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늘었다. 미국 연준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비둘기적 성향을 강화할 수 있는 구도에서 한은의 실효금리 하한이 더 내려가 금리인하 룸이 꽤 크다는 진단도 보인다.

문홍철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 기준금리는 0.75% 혹은 그 이하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경기 상황이 엄중한 만큼 8월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하향하면서 기존의 기준 금리 하한인 1.0~1.25%도 동시에 낮췄을 것"이라며 "한국이 2014년부터 순채권국으로 전환한 점, 풍부한 외환보유고, 기축통화국과의 스왑 라인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0.5~0.75%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향후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낮아질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으나 일단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엔 사상최저인 1%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많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75bp 낮은 1.50%로 낮출 것"이라며 "한국은 연내 1차례를 포함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50bp 낮춰 기준금리를 1%에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이 당장 이달에 금리를 내리기 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응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은행의 한 딜러는 "일각에서 8월 인하 가능성을 제기된다. 또 주가와 원화값이 더 빠지면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것으로 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율이 1200원을 넘는 상황에선 경기 등 여러 지표 등을 확인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