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주 간 계속된 시위로 홍콩 곳곳이 마비된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은 홍콩의 경제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홍콩섬 중심가인 센트럴(中環)에 있는 금융가 야경(夜景)과 마오쩌둥(毛澤東) 얼굴이 그려진 100위안짜리 위안화 합성 이미지 모습. /Shutter Stock |
홍콩의 소매업은 시위로 관광객이 줄어든 여파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홍콩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로 송환법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증시 가치는 5000억달러 정도 급감했다. 홍콩 증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시가총액은 5조달러에 달한다.
홍콩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3% 감소했다. 홍콩 IHS마킷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에 43.8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부동산 거래도 35% 정도 줄었다.
이보다 더 문제는 ‘아시아 금융 중심지’라는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홍콩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 여겨져 왔다. 실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다. 또 홍콩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다른 국가들을 잇는 관문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그러나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홍콩 국제공항의 항공편이 전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홍콩 공항은 지난해 총 42만7725편의 항공편이 운항했으며, 항공화물 운송 규모는 세계 최대다. 그만큼 공항 폐쇄로 인한 여파가 크다는 의미다.
로리 그린 TS롬바드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지위가 근본적인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경영자들은 중국이 무력으로 시위 진압에 나설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0일 홍콩 바다 건너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무장경찰과 장갑차량 수백 대가 집결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중국이 곧 홍콩에 무력 개입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광둥성 선전시에 중국 무장경찰의 장갑차가 집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선전은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곳으로, 중국 경찰은 지난주에도 선전에서 폭동 진압 훈련을 했다. /명보 |
이는 세계 금융 시장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매체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래머는 "홍콩 시위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더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시위 진입을 위해 인민군을 투입하면 이는 세계 자본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인 만큼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미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은 "지금 ‘블랙스완’이 있다면 바로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홍콩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블랙스완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런 사건에 속한다. 아이스먼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예측한 인물이다.
아이스먼은 "홍콩 시위는 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도 좋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콩 사태를 우려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싱가포르를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홍콩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이미 홍콩은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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